성적표 따라 거대양당 사령탑 韓·李 대권가도 중대 기로 설 듯
與 원희룡·오세훈·안철수, 野 김부겸·김동연·이광재도 주목
[총선 D-30] 여야 잠룡 희비 갈린다…한동훈·이재명은 '대선 예비고사'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4년의 의회 권력을 놓고 벌이는 벼랑 끝 승부인 만큼 차기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명운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중대 기로를 맞게 된다.

특히 거대 양당 수장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번 총선이 2027년 대선의 예비고사가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총선 D-30] 여야 잠룡 희비 갈린다…한동훈·이재명은 '대선 예비고사'
우선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권 잠룡들은 정권 재창출 기치를 내걸고 광폭 행보에 나설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 신인'에서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부터 차기 대선주자 명단에 올랐던 그가 위기에 빠진 여당의 구원투수로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베일에 싸였던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으며 향후 여권의 대권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하면 한 위원장이 입을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을 겨냥한 '운동권 청산론' 선거 프레임을 직접 짠 데다 각종 정책과 공천 방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간 나타난 각종 잡음과 문제점이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오르면서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불완전 해소 상태에서 덮어놓았다는 지적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구도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총선 D-30] 여야 잠룡 희비 갈린다…한동훈·이재명은 '대선 예비고사'
여권 내 다른 잠룡들에게도 이번 총선은 기회의 장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하며 민주당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격했다.

원 전 장관이 '험지'에서 민주당 현직 대표이자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를 꺾는다면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대표적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여의도 현안에 계속해 목소리를 내온 홍준표 대구시장 등 장외 인사들도 총선 역할에 따라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로 정권 재창출에 일조했던 안철수 의원의 분당갑 수성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안 의원의 당내 영향력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서울 동작을 탈환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의 국회 재입성 여부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을 떠나 제3지대에서 개혁신당을 차린 이준석 대표도 총선 성적표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갈릴 전망이다.

중도층 표심을 대거 흡수하면서 돌풍을 일으킬 경우 차기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총선 D-30] 여야 잠룡 희비 갈린다…한동훈·이재명은 '대선 예비고사'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야권의 가장 무게감 있는 대권 주자로 꼽힌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졌지만, 역대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한 데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당내에 마땅한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 대표가 목표로 내건 '과반 의석 달성'과 함께 원내 1당을 지켜내면 독보적 대권주자 위상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이 패배해 원내 1당 자리를 내줄 경우 이 대표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로 갈리면서 계파 갈등이 거셌던 만큼 총선 패배 책임은 고스란히 이 대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대권 재도전뿐 아니라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선 패배는 대체로 지도부 총사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총선 D-30] 여야 잠룡 희비 갈린다…한동훈·이재명은 '대선 예비고사'
이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입지가 워낙 탄탄한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야권 잠룡들은 민주당의 패배 시 오히려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총선 결과지에 따라 대권주자로 '긴급 호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초 비명계들의 줄탈당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쓴소리하며 건재를 알린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잠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기 주자로 묶인다.

아울러 공천 배제(컷오프)에도 당 잔류를 선택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수년간 닦아놨던 서울 종로를 포기하고 당 요청에 '극험지'인 경기 분당갑에 선뜻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 등도 총선 이후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을 떠나 탈당파를 주축으로 새로운미래를 꾸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경우 이번 총선에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적 명운까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새로운 미래가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지 못하면 야권 분열만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