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산 전략, '메이드 인 유럽' 초점…"스스로 만들어야"
우크라전·트럼프 복귀설에 불안감…회원국 이견·재원도 부족
나토 기대던 EU, 안보 위기에 '방산 육성'…성과는 불투명
유럽연합(EU)이 5일(현지시간) 내놓은 첫 '방산 육성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고조된 유럽의 안보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십 년간 미국 주축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 우산'에 기대 사실상 손 놓고 있던 역내 무기 생산 역량 확충에 나선 셈이지만, 정작 성과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에서 2030년까지 27개 회원국 국방 조달 예산 50%의 EU 내 지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기준 수입산 비중이 80%, 역내 구입 비중은 2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등 제3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EDIS가) 미국과 한국 방산업계에 안 좋은 소식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아는 건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역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특히 "우리는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탄약과 관련해서는 지금 미국도 필요한 만큼을 제공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생산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곧 방어 대비 태세이자, 전략적 자율성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도 EU 회원국들이 수입산 구매에 예산을 과도하게 지출하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각국은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각국 탄약 재고가 부족하고 역내 생산 속도도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EU는 애초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탄약 100만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고 부족으로 절반 수준밖에 전달하지 못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올 하반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나토 집단방위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이 "미국 선거와 관계 없이 북미-유럽 간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이면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집행위는 방산업계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지원을 위해 확정된 2025∼2027년 예산안 가운데 15억 유로(약 2조원)를 우선 활용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통상적 무기 대금 규모와 집행위가 제시한 계획 범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브르통 집행위원도 지난 1월 한 행사 연설에서 방산업계 인센티브 등에 "1천억 유로(약 144조원) 규모의 막대한 방위기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U 집행위 주도로 이뤄지는 EDIS 구상에 회원국들이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방위산업은 각국의 안보 기밀과 직결되는 특수 분야인 탓이다.

이런 이유로 EU 조약상 공동예산을 활용한 무기 직접 구매가 금지되고 'EU 군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 회원국은 방산 육성 전략 추진으로 EU 집행위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일부 외신들은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