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55%는 늘봄 강사로 교사 투입…64%는 행정업무도 맡아"
"강압적 업무 지시 확인되면 법적 대응…교육부 면담도 요구"
교사 업무 늘고 공간 부족하고…"늘봄학교 불만 하루 새 80여건"
원하는 초등학생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늘봄학교가 전국 2천700여개 초등학교에서 시행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직접 투입되거나 행정 업무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학기 늘봄학교 시행 전국 2천741개교를 대상으로 늘봄학교 실태조사를 개시한 결과 하루 만에 80여건의 파행 사례가 접수됐다고 6일 밝혔다.

현재까지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 55.2%는 늘봄 프로그램 운영에 교사가 투입되고 있다고 답했다.

늘봄 행정업무에 교원이 투입됐다는 응답도 64.4%에 달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강원 D 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 채용이 완료되지 않아 일부 프로그램에 교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공간 부족으로 1학년 담임·전담 교사가 교실을 비워줘야 함에도 별도의 업무 공간은 확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북 N 초등학교는 늘봄 기간제 교사로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를 채용했으나 초등학교 업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늘봄 행정 업무는 기존 교사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G 초등학교에서는 늘봄 행정업무를 맡기기 위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으나, 정년 퇴임한 원로교사여서 늘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수업 강사를 구하지 못해 기존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강사로 투입된다고 했다.

이러한 파행 사례에 대해 전교조는 "초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파행 사례에 대해 전교조 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관계자는 "민주적 학교 협의를 어기거나 강압적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등 단체협약 사항에 위배된 부분에 대해 행정소송 제기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고, 사태가 더 악화하면 그 수단까지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교조는 8일까지 늘봄학교 시행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전수 실태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후 교육부와의 면담을 통해 접수된 사례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