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됩니다. 국내 상장사들은 이달 중순부터 말까지 정기 주총 준비로 분주하죠.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 상장사만큼 행동주의 펀드들도 바쁘게 움직이는데요.

김 기자, 어제(4일)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고요?

<기자>

네,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데요.

차파트너스는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방안과 그에 관한 정관 변경 등 안건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금호석유의 지분율은 0.03%에 불과한데요. 지난달에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손을 잡았죠. 이 때문에 특별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총 10.88%로 늘어납니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데요. 이미 지난 2021년과 2022년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박 회장과 분쟁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당시에 사내 이사 선임과 배당 확대 등 안건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는데요.

다만, 차파트너스는 박 전 상무와 박 회장 간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금호석유가 보유한 자사주가 전체 발행주식수의 18.4%로 향후 경영권 방어에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큰 점, 주가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고점 대비 약 58% 하락한 점을 지적했는데요.

차파트너스 측은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게 전체 80% 주주의 권리를 제고하기 위한 주주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차파트너스 외에도 올해 정기 주총을 위해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중인데요. 대표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기자>

오는 15일에 삼성물산의 주총이 예정돼 있는데요.

앞서 안다자산운용과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 미국계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보통주 1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 배당 등을 요구했는데요.

어제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도 행동주의 펀드 연합에 힘을 보태며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국민연금에도 삼성물산이 주주환원을 강화하도록 제대로 된 의결권 행사를 해달라며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편, KT&G는 오는 28일 주총을 여는데요. 이번 주총에는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와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이 상정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가 내부 출신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면서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는데요. 팰리서캐피탈처럼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KT&G의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지분율 7.11%)까지 방경만 사장 후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 상황인데요.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6.36%)도 그동안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 절차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온 만큼 주총 당일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앵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전략도 다변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포착됐나요?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기업 스스로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난해처럼 공격적인 캠페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총 일정을 빠듯하게 공시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내부 검토 후 따로 주주제안은 하지 않았는데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 기준에 따라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하며 영풍의 손을 들어줄 예정입니다.

대신 기업을 압박하는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앞선 금호석유의 사례처럼 행동주의 펀드가 주요 주주와 동맹을 맺은 것도 눈에 띄고요.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도 KT&G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지 않고,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서 회사에 1조 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추진 중인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협력업체 근로자의 생활 안정 및 복지 증진 등 상생 동반성장 목적으로 자사주 일부를 출연했다"며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
미리보는 주총…'밸류업' 외치는 행동주의 펀드 [이슈N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