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도쿄 올림픽 끝나고 은퇴 결심…작년 9월이 마지막 대회 출전
"리우 올림픽 끝나고 마무리했다면 좋았을 것…도쿄 올림픽은 욕심"
권총 내려놓은 진종오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습니다"
올림픽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운 '황제' 진종오(44)는 이제 권총을 내려놓고 사대(射臺)에서 물러난다.

진종오는 4일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 본사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어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은퇴를 결심했다.

후배를 위해 (권총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올림픽에서 경기하면서 더는 내가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진종오는 올림픽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4개를 획득한 한국 사격 영웅이다.

진종오가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는 '신궁' 김수녕(양궁·금 4, 은1, 동1)과 함께 한국 선수의 하계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4개)·메달(6개) 타이기록으로 남아 있다.

권총 내려놓은 진종오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습니다"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은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금 2, 은 3, 동1)의 6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진종오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권총 50m와 공기 권총 10m에서 2관왕을 차지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권총 50m 3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건 진종오가 최초다.

진종오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시상대에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는 "사격 선수에게 치명적인 노안이나 수전증은 없었지만, 이제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진종오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2024 파리 올림픽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권총 내려놓은 진종오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면 스스로 부담을 추가하게 될 것 같았다.

시한부를 선고하는 느낌이라 제대로 말씀 못 드린 건 사과드린다.

사실 마음은 내려놨었다"고 고백했다.

진종오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서울시청 소속 실업 선수로 활동했다.

'선수' 진종오의 마지막 경기 출전은 지난해 9월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였고, 당시 본선 21위로 결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처음 선수로 뛰기 시작한 1995년부터 자신만의 '사격 일기'를 썼다고 소개했던 진종오는 자신만의 은퇴 경기를 치른 뒤 "은퇴 일기를 썼다.

이제 더는 선수로 못 뛸 몸이라는 생각에 슬픈 일기를 썼다"고 떠올렸다.

권총 내려놓은 진종오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습니다"
이어 "첫발부터 마지막 발까지 정말 소중하게 한발 한 발 쐈다.

이제 현역 선수로 더는 무대 못 밟는다는 생각에 더 소중했다.

마지막 발은 10점을 쐈던 거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진종오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체육학 석사 학위를 딴 뒤 박사 과정도 수료했고,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로 일하며 행정가 수업을 받았다.

'빙상 여제' 이상화와 함께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건 스스로 "또 다른 인생 변곡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미 있는 일이다.

진종오는 "우리 미래 세대가 체력적으로 약해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가 진종오'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권총 내려놓은 진종오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습니다"
진종오와 함께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등극했던 기보배(양궁)는 최근 은퇴식에서 "다시 태어나도 양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진종오는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다.

지금도 사격장만 가면 설렌다"고 말했다.

자녀가 권총을 잡아도 괜찮겠냐고 묻자 그는 "제 아이가 스포츠를 한다고 하면 뭐든 시켜주고 싶다.

매주 아이를 사격장에 데려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총기 안전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 '권총 황태자'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진종오는 지난달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오늘은 선수 진종오의 모습만 말씀드리고 싶다.

내일부터는 얼마든지 답해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