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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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관련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골프 산업에 본격적인 하강 국면이 찾아오면서다.

4일 코스닥 상장사 골프존의 주가는 1.28% 하락한 7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기록한 52주 신저가(7만5700원)에 근접했다. 스크린 골프 업체인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6.05% 하락했다. 골프웨어 업체 까스텔바작크리스에프앤씨의 주가도 올해 들어 각각 9.63%, 10.4% 내렸다. 골프 거리측정기 제조업체 브이씨는 5.01% 하락했다.

골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HANARO Fn 골프테마'는 지난 2021년 11월 상장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38.5% 내렸다. 해당 ETF는 국내 유일한 골프 테마 상품으로 에프앤가이드의 골프 테마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골프 관련주 부진의 이유로는 골프 산업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 골프장(18홀 이상)의 내장객 수는 514만9197명으로 직전 해(552만1839명) 대비 6.7% 감소했다. 골프장 매출액과 입장 수입은 각각 5.2%, 5.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4.5% 줄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며 '골프 붐'이 일었지만 이러한 추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골프 관련주의 급격한 반등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골프 산업의 급격한 팽창을 이끌었던 젊은 층이 테니스와 해외여행 같은 다른 여가 활동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30대가 골프를 시작한 계기로는 가족과 회사 선후배의 권유가 각각 39.9%, 41.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엠브레인은 "젊은층은 외부의 영향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골프를 접하게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이들이 빠르게 골프 시장을 이탈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골프 산업 내 업종별로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운딩 수요 감소로 골프장·골프웨어 관련 기업의 부침은 길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스크린 골프는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스크린 골프 업체 골프존은 지난해에도 가맹점 수를 357곳(16.3%) 늘리며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4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101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골프 산업의 부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골프존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6%에 달하고, 스크린 골프 사업의 매력도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