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프면 환자만 피해"…대전충남 전공의 복귀 거의 없어
"지금 아프면 우리만 피해죠. 진료도 제대로 못 받을 수 있는데…"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12일째인 2일 오전, 대전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에서 만난 박모(39)씨는 응급실에 전화를 돌리다가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1차 병원에서 모친이 폐에 물이 찼다는 소견을 받고 집 근처 을지대병원 응급실에 전화했지만 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한다.

박씨는 "병원에서 '지금 전공의가 없어서 당장 호흡기 내과 응급진료를 볼 의사가 안 계신다'라며 전화번호 하나를 안내해주더니 그쪽에 전화해서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문의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진료도 제때 못 받을 수 있는데 요즘 아프면 나만 피해"라고 토로했다.

외래 진료가 가능한 토요일인 이날 오전 병원은 비교적 한가한 모습이었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외래환자 수 자체는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평균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응급환자는 현재 중증도 분류에 따라 내원이 정해지기에 응급실 내원 환자 수 자체는 줄어들었고, 아직까진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응급실 진료 공백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장] "아프면 환자만 피해"…대전충남 전공의 복귀 거의 없어
병원 로비에서 퇴원 수속을 기다리고 있던 성모(71)씨는 부친 치료를 위해 전남 고흥에서부터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부친이 지역 1차 병원에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지만, 받아줄 병원이 없어 대전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성씨는 "지난달 20일에 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전공의들 사직 이야기가 한참 나올 때라서 입원이 안 될까 정말 걱정 많이 했었다"라며 "(지금 사태가) 얼른 정상화돼서 거동 불편한 아버지가 마음 편히 지역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원 환자들은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메꾸고 있는 전문의의 과로를 우려하고 있었다.

지난달 21일 갑작스러운 한쪽 눈 시력 저하로 건양대병원을 찾은 송모(70대)씨는 응급진료를 받고 현재 입원 중이다.

송씨는 "지금은 담당 교수님 덕분에 입원 치료를 잘 받고 있어서 안심된다"면서도 "전공의가 없다 보니 어제 병원이 쉬는 날이었는데도 교수님이 병원에 나오셨고, 저번 주말에도 근무하시던데 이러다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착잡하게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대전·충남지역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아프면 환자만 피해"…대전충남 전공의 복귀 거의 없어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대전지역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 506명 중 84.3%(427명)가 사직서를 냈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시내 전체 전공의(527명)의 96%가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근무지를 이탈한 352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대전성모병원에서 지난 26일 업무에 복귀한 전공의 1명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복귀한 인원은 없다.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천안병원 등 충남 천안지역 대학병원들도 사직 전공의 197명 중 복귀자는 없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와 수술 건수가 30~50% 감소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