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전기 출력량 300㎿ 이하)을 일반 학교 부지(반경 200~300m) 정도 공간만 확보하면 산업단지는 물론 도시 외곽에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원전 규모와 무관하게 똑같이 적용해온 설치 규제를 전기 출력량과 위험성 등에 비례해 차등화하기로 해서다. “SMR 설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원전업계에서 나온다.

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원전 인허가 규제를 SMR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이달 원안위 산하에 ‘SMR 규제연구 추진단’을 설립해 세부 시행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원자력시설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있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기준부터 손볼 전망이다. ‘원전 설립 전 반경 20~30㎞ 안에 거주하는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고, 대피소·대피로 등도 확보해야 한다’는 현행 기준이 SMR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방사능 유출 등 사고 확률이 대형 원전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SMR에 대형 원전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전의 규모와 위험성 등을 고려해 차등 규제를 권고한다”며 “전기 출력량이 1000㎿가 넘는 신고리·월성·한빛 등 대형 원전에는 현행 규제를 유지하되 수십~300㎿짜리 SMR에 맞는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보다 앞서 SMR 설치 기준을 마련한 미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0년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뉴스케일파워에 77㎿짜리 SMR 설치를 허가하는 조건으로 “원전 230m 안에 비상대피구역을 마련하라”는 정도만 내걸었다.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는 없었다. 한국도 미국 방식을 따르면 반도체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 등에 SMR을 세울 수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은 2030년 SMR 시장이 2035년엔 65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