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보도…"새 연립정부, 군부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
"파키스탄 군부, 총선서 반감 확인하고도 정책에 더 관여할 듯"
파키스탄을 사실상 주무르는 군부가 최근 총선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건재하며 이전보다 더 많이 정부 정책에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정치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같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지난 8일 실시된 총선에선 군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무소속 후보 진영이 최다 의석을 차지해 군부에 대한 반감이 표심을 통해 드러났다.

부패죄로 수감 중인 칸 전 총리는 총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또 PTI는 정당 상징 사용이 금지돼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다.

그런데도 젊은 층 등이 PTI 출신 무소속 후보들을 대거 지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군부 지원을 받았음에도 의석수에서 2위에 그친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는 3위 파키스탄인민당(PPP) 등과 곧 새 연립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새 정부 총리로는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가 맡는 것으로 합의됐다.

군부는 1947년 파키스탄 건국 이래 30여년간 직접 통치했고 문민정부 시절에도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군부가 새 정부 외교와 안보 정책에 관한 모든 중요한 결정을 다 내리고 파키스탄 경제를 운영하는 데도 이전보다 더 확대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는 명목상의 최고 지도자일 뿐"이라고 했다.

정치 전문가이자 비영리단체 열린사회재단(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 특별고문인 오마르 워라이치는 "파키스탄의 새 연립정부는 존립을 위해 군부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라이치 특별고문은 군부는 새 정부와 정책과 관련해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정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군부가 의견 충돌을 빚은 문민정부를 붕괴시킨 사례는 많다면서 칸 전 총리도 한 사례라고 전했다.

칸 전 총리는 2018년 총선에서 군부 등의 지원을 받고 총리직에 오른 뒤 군 관련 인사 등에서 의견 충돌을 빚어오다가 2022년 4월 연방하원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셰바즈 샤리프가 군부 지원으로 뒤를 이어 총리에 올라 지난해 8월 연방하원 해산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총리 재임 기간에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을 공개적으로 치하하는 등 군부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파키스탄 라호르경영과학대의 모함마드 와심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을 통해 네 번째로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대신 그의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가 예상을 깨고 군부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와심 교수는 "그는 타협을 잘하는 스타일로 중요한 순간 (군부와) 주고 받는 방식으로 상황을 안정시키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