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의 엄포 "기준미달 기업 거래소 퇴출"…日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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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중심 韓 밸류업 압박한 금감원장
"기준 미달 상장사 거래소 퇴출 방안 고려"
"기업 경영권 방어 등 상법 개정도 필요"
금투업계 "日 밸류업, 10년 준비해 결실"
"기준 미달 상장사 거래소 퇴출 방안 고려"
"기업 경영권 방어 등 상법 개정도 필요"
금투업계 "日 밸류업, 10년 준비해 결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강제성이 없어 '맹탕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주환원 등 일정 지표를 만들어 여기에 미달하는 기업은 거래소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면서 5월에 나올 2차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정부가 벤치마크한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사실상 10년 넘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제도의 강제성과 함께 정부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돼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과 대부분 유사한 제도를 갖췄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은 더 강제성을 띤 것이 차이점이다.
예컨대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 등 개선이 필요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를 강력히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 없이 2026년까지 PBR 1배 미만 상태가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 목록에 오를 수 있다.
그 결과 국내 코스피와 비견되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 가운데 59%(673사)는 기업개선 공시를 완료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인 회사들의 참여도가 높았는데 0.5배 미만은 68%가 검토를 하거나 이미 공시를 마쳤다. '강제성' 여부가 핵심으로 지목됐던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패널티 대신 인센티브 중심으로 정책이 나오자 시장은 곧바로 실망감을 표출했다. 코스피지수는 발표 이후 이틀 간 1.60% 급락하더니 29일 2642.36까지 떨어졌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금융주 등 저PBR주들을 대거 던지며 시장에서 탈출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5월 예정된 밸류업 2차 세미나에서 이를 보완할 정책이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운을 띄우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안을 연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전향적으로 보면 주주환원 등 관련 특정 지표를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거래소에서 퇴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출) 기준이 어떻게 될지 아직 거래소와 협의 중인 부분도 있지만, 금감원이 가진 문제 기업을 공유할 수도 있다"며 "악화는 그때그때 빨리 떨어져 나가도록 하고 우수 기업은 성장하도록 해야 옥석 가리기가 명확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며 밸류업의 기본 원칙을 말한 것과는 '엇박'을 내는 부분이다.
이 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상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등 상법 개정은 그간 주주 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로 거론돼왔다. 그동안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가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상속·증여세로 대주주들이 주가 올리기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원장은 "단순히 배당 등 사안을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국민과 가계의 자산축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권 확보나 경영권 승계 장치 관련 제도를 합리적이고 균형있게 마련하고, 이를 전제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상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성실의무 도입 등이 종합적으로 같이 검토돼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해외 투자 유치가 어렵자 2013년 6월 일본 재흥전략을 시작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 거버넌스 코드 등 연간 굵직한 정책을 하나하나 내놨다. 재흥전략은 제2차 아베정권의 성정 전략 중 하나로 글로벌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선 대주주들에게 자본 축적에만 몰두하지 말고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2022년에는 일본 국민들의 '장롱예금'을 주식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도쿄거래소에 증시된 기업을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으로 쪼개 투자를 끌어냈다. 고질적인 유동성 문제가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올 1월에는 신(新)-N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비과세 제도를 강화했다.
실제 이 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일본 상장 기업의 배당 총액은 2013년까지만 해도 7조5000억엔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18조5000억엔까지 늘었다. 자사주 매입규모도 2013년 3조4000억엔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9조3000억엔까지 증가했다. ROE도 개선됐다. 2012년 일본 토픽스에 상장된 시총 상위 1000개 기업 중 ROE 4%대를 기록한 기업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8%대 ROE 달성이 예상되는 기업 비중이 가장 높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정책은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2013년 6월 일본 재흥전략을 시작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2022년 일본 거래소 개편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인 결과"라며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일본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팬 패싱'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10년 넘게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다만 정부가 벤치마크한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사실상 10년 넘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제도의 강제성과 함께 정부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돼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업 압박 이복현…2차 발표에 변화 예고하나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참고한 일본의 기업 개선 프로그램은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본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을 위한 대응'이다.앞서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과 대부분 유사한 제도를 갖췄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은 더 강제성을 띤 것이 차이점이다.
예컨대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 등 개선이 필요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를 강력히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 없이 2026년까지 PBR 1배 미만 상태가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 목록에 오를 수 있다.
그 결과 국내 코스피와 비견되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 가운데 59%(673사)는 기업개선 공시를 완료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인 회사들의 참여도가 높았는데 0.5배 미만은 68%가 검토를 하거나 이미 공시를 마쳤다. '강제성' 여부가 핵심으로 지목됐던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패널티 대신 인센티브 중심으로 정책이 나오자 시장은 곧바로 실망감을 표출했다. 코스피지수는 발표 이후 이틀 간 1.60% 급락하더니 29일 2642.36까지 떨어졌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금융주 등 저PBR주들을 대거 던지며 시장에서 탈출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5월 예정된 밸류업 2차 세미나에서 이를 보완할 정책이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운을 띄우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안을 연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전향적으로 보면 주주환원 등 관련 특정 지표를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거래소에서 퇴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출) 기준이 어떻게 될지 아직 거래소와 협의 중인 부분도 있지만, 금감원이 가진 문제 기업을 공유할 수도 있다"며 "악화는 그때그때 빨리 떨어져 나가도록 하고 우수 기업은 성장하도록 해야 옥석 가리기가 명확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며 밸류업의 기본 원칙을 말한 것과는 '엇박'을 내는 부분이다.
이 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상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등 상법 개정은 그간 주주 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 과제로 거론돼왔다. 그동안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가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상속·증여세로 대주주들이 주가 올리기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원장은 "단순히 배당 등 사안을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국민과 가계의 자산축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권 확보나 경영권 승계 장치 관련 제도를 합리적이고 균형있게 마련하고, 이를 전제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상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성실의무 도입 등이 종합적으로 같이 검토돼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도 10년간 준비했는데…"
이 원장은 "일본도 최근 하는 밸류업만 해도 3년 이상 준비한 것"이라며 "지난해엔 도쿄거래소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일본 상법 개정이나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은 아베노믹스 때부터 10년 가까이 지속된 거라 저희도 다양한 주제를 긴 호흡을 갖고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일본 정부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해외 투자 유치가 어렵자 2013년 6월 일본 재흥전략을 시작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 거버넌스 코드 등 연간 굵직한 정책을 하나하나 내놨다. 재흥전략은 제2차 아베정권의 성정 전략 중 하나로 글로벌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선 대주주들에게 자본 축적에만 몰두하지 말고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2022년에는 일본 국민들의 '장롱예금'을 주식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도쿄거래소에 증시된 기업을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으로 쪼개 투자를 끌어냈다. 고질적인 유동성 문제가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올 1월에는 신(新)-N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비과세 제도를 강화했다.
실제 이 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일본 상장 기업의 배당 총액은 2013년까지만 해도 7조5000억엔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18조5000억엔까지 늘었다. 자사주 매입규모도 2013년 3조4000억엔에 그쳤으나 2022년에는 9조3000억엔까지 증가했다. ROE도 개선됐다. 2012년 일본 토픽스에 상장된 시총 상위 1000개 기업 중 ROE 4%대를 기록한 기업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8%대 ROE 달성이 예상되는 기업 비중이 가장 높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정책은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2013년 6월 일본 재흥전략을 시작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2022년 일본 거래소 개편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인 결과"라며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일본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팬 패싱'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10년 넘게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