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입구. 개막 사흘 째인 28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참관객이 전시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입구. 개막 사흘 째인 28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참관객이 전시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개막 사흘째인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현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지난 26일부터 이곳을 다녀간 참관객은 전 세계 9만5000여 명. 참관객들은 전시장 입구를 들어설 때마다 “오늘도 가방 조심하세요”라는 인사를 나눴다.

비단 한국 참관객만의 사정이 아니다. 백팩을 앞으로 메고 주변을 경계하는 해외 참관객도 여럿 보였다. 아예 캐리어에 짐을 꽁꽁 넣어 다니는 이들도 많았다. MWC와 함께 전자업계 3대 전시회로 꼽히는 ‘CES’나 ‘IFA’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 ‘특별한’ 인사엔 사연이 있다. 해마다 MWC 기간이면 바르셀로나 전역이 ‘소매치기 우범 지대’가 되는 실태가 반영된 것이다. 이 지역 택시 기사는 “평소에도 소매치기 범죄가 빈번하지만 MWC 기간엔 더 들끓는다”며 “가방에 지갑 등 귀중품을 넣어 다니는 참관객을 노리는 사례가 속출한다”고 말했다.

올해 MWC에서도 ‘소매치기 주의보’가 이어졌다. 올해 참관객 규모가 지난해(8만8500여 명)보다 6500명 많은 ‘역대급’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개막 전부터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 26일 개막 후엔 카탈루냐경찰서에 도난 신고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는 후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의 소매치기범이 이곳으로 원정을 왔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하는 현지인도 있었다.

전시장 안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요즘은 입장료를 내고 전시장에 들어와 참관객인 척 가방이나 최신 스마트폰을 훔쳐 가는 식으로 범죄가 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MWC 참관을 위한 최소 입장료는 879유로(약 127만2000원)다. 현지 가이드는 “소매치기범 사이에선 100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지불해도 남을 정도로 ‘대목’으로 꼽힌다”며 “전시 기간 내내 상주하면서 범행 기회를 엿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MWC 2024’ 개막 첫 날인 26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부스 주변으로 많은 참관객이 지나다니고 있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MWC 2024’ 개막 첫 날인 26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부스 주변으로 많은 참관객이 지나다니고 있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소매치기범은 주로 지갑, 가방 외에도 여권, 스마트폰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위·변조 등 또 다른 범죄를 위한 도구로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아서다.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Z플립처럼 상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 폰도 팔면 ‘돈 되는’ 물품이라는 전언이다.

외교부에서도 이곳에 입국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여권·소지품 관리 철저, 차량 내 물품 보관 금지. 소매치기 및 차량 파손 절도 매우 빈번히 발생’이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최신 통신기술을 보러 왔다가 스페인의 민낯까지 보고 간다”며 “갈수록 범죄 행태가 더 교묘해지는데도 스페인이나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