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다스코 회장
한상원 다스코 회장
18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지는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지역 경제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후보자가 선거 승리를 위해 황당무계한 공약까지 내놓자 지역 경제계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보곤 디케이 회장(64)과 한상원 다스코 회장(69)은 지난 26일 광주상의에서 다음달 20일 치러지는 회장 선거에 앞서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 제조업을 대표하는 김 회장과 건설업을 대표하는 한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동종업계 우군들을 이끌고 위세를 과시했다.

김보곤 디케이 회장
김보곤 디케이 회장
기자회견을 먼저 연 김 회장은 △광주시와 전라남도 등 유관기관과 경제거버넌스 구축 △상의 내 일자리총괄본부 등 신설 △회원사 자금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을 공약했다.

김 회장의 공약이 다소 평이했다는 평가가 나온 뒤 이어 열린 한 회장의 기자회견에서는 경제계가 아연실색할 만한 공약이 쏟아졌다.

한 회장은 첫 번째 공약으로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 확장 이전을 제안했다.

그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부지 또는 현 공장 인근에 330만㎡ 부지를 제공해 100만 대 생산 규모의 초대형 공장을 조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며 “광주시와 광주시민이 ‘올 코트 프레싱’ 방식으로 기아 공장 확장 이전을 추진해 광주를 기아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기아차는 물론 광주시와도 상의되지 않은 한 회장의 일방적인 의견에 불과하다.지역상공회의소가 이 문제에 관한 결정 권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전과 관련해 기아 또는 광주시와 접점이 있었냐’는 질문이 나오자 한 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접근해 본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힘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생각한 모양인데 오히려 지역에서 가장 큰 대기업을 난감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혀를 찼다. 한 회장은 결국 회견 한 시간 뒤 발언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한 회장은 두 번째 공약에서 RE100(재생에너지) 정책 지원을 위해 전남 지역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농지법 개정 등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상의회장 선거와 동떨어진 내용을 약속하기도 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