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지우기 계속…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도 싹 사라져
북한의 통일 흔적 없애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업적과 군사적 성과 등을 선전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기념우표에서도 남북 교류를 상징하는 흔적들이 지워졌다.

28일 북한 조선우표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는 한반도, 통일 등 한국과 연관 있는 주제로 제작한 우표를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북한이 2000년, 2007년, 2018년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발행한 우표들은 홈페이지에 나오지 않는다.

북한은 2000년과 2007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을 담아 우표를 발행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기념해 우표를 발행했으나, 사진은 싣지 않았다.

북한이 2005년, 2010년, 2015년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10주년, 15주년을 맞아 발행한 우표 역시 사라진 상태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중국, 쿠바, 미국 정상을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담은 우표는 홈페이지에 나온다.

북한이 6·25전쟁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표현인 '조선해방전쟁'을 주제로 만든 기념우표도 여전히 남아있다.

조선우표사는 홈페이지에 1946년부터 2024년까지 발행한 우표 5천180매를 올려놓고 주제별로 우표 검색이 가능하게 해놨다.

주제별 검색을 누르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등 71개 항목이 나온다.

최근까지 기념우표 주제는 '조국통일'까지 총 72개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조국통일 항목이 사라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북한 우표를 주제로 논문을 쓴 정다현 박사는 RFA에 올해 1월 중순부터 홈페이지가 바뀌어 '조국통일' 우표들이 모두 삭제됐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심각한 시대적 착오"라고 밝힌 시점과 맞물린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연설을 기점으로 방송은 물론 각종 웹사이트, 지하철역 명칭, 국가 등에서도 한반도를 떠올리는 표현을 지우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