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라이프' 영상 캡처
/사진=JTBC '라이프' 영상 캡처
"우리가 일반 회사원과 같습니까?"
"그럼 뭐가 그렇게 다른데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 등 단체 행동하는 상황에서 6년 전 방영된 드라마가 재평가받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3개월간 방송된 JTBC '라이프'는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병원 내 이해관계를 집중 조명한 드라마다. 배우 조승우, 이동욱이 캐스팅돼 관심을 모았지만, 방영 당시엔 큰 관심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환자들을 외면하고 집단행동을 하는 상황에서 '라이프' 속 의사들의 모습이 현실을 반영했다며 재조명을 받는 것.

특히 주목받는 장면은 상국대병원 총괄사장으로 부임한 구승효(조승우 분)가 지방의료원 활성화를 위해 몇몇 필수과를 지방으로 옮기려 하자 의사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려 하는 장면이다.

구승효는 의료진을 모인 강당에서 "(우리) 수술 얘기하자고 다 모이신 거 아니냐"며 "대한민국 아픈 곳 살리는 수술 말이다. 인종·종교·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서하신 우리 의사 선생님들께서 이제 우리 땅 소외된 곳을 몸소 가서 돕고 싶다고 해서 모였다고 난 알고 있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이에 의사들은 "저희 의료진은 이번 사태가 참으로 당혹스럽다"며 "지방의료원 활성화도 좋지만, 갑자기 딱 지목해서 '너, 너, 너 짐 싸서 가' 저희한테 사실 이런 거 아니냐"며 반발했다.

구승효는 "여기는 병원도 캠퍼스라고 부르지 않냐"며 "작년에 이 캠퍼스에 있던 검진센터를 강남으로 옮긴 것으로 아는데, 그때도 이런 반응이었냐"고 반박했다.

산부인과 과장이 "이게 그거와 어떻게 같냐"며 "만약에 사장님더러 갑자기 지방에 가라고 하시면 가겠냐"고 반문하자, 구승효는 "최근에 읽은 기사 중에 진짜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걸 봤다. 강원도에서 아이를 낳으면 중국에서 보다 산모가 더 많이 죽는다는 기사,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과장이 "그 점은 저희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하자, 구승효는 "안타까워하시는구나. 거기 앉아서"라고 비꼬았다.

구승효의 말에 발끈하며 의사들이 "이 세상 모든 의료 문제를 우리 손으로 풀 수 없는 거 아니냐"며 "사장님은 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하자, 그는 "그동안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냐"며 "서울 사람의 두 배가 넘는 엄마들이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어가고 있는데 여러분들 의사, 간호사이지 않냐. 여러분이 가면 그 사람들 안 죽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여기가 회사였다면 서울 팀은 없어지냐, 왜 우리가 가야 하냐. 이러고 있을 것 같냐"며 "벌써 지방 현지 가서 자기들 살 집 구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지적했다. 암센터장 이상엽(엄효섭 분)이 "우리가 일반회사원과 같냐"고 되묻자, 구승효는 "그러면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5년 전에 유튜브에 게재됐고, 26일 기준 조회수 165만회를 넘겼다. 의사 파업 이후 "성지순례를 왔다"면서 "2024년 대한민국 의사들이 이러고 있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 지 26일이면 일주일째가 된다. 이제 갓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인턴 입사를 포기하고 있고,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메꾸던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