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절반을 넘긴 2060년, 노인을 위한 나라가 독립했다 [서평]
"가장 먼저 경로연금을 대폭 삭감하고 다음으로 고령자에 대한 무상교통과 무상의료를 전면 폐지했다. 국민연금은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지급을 미루기로 했다.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젊은이들은 환호했다."

최근 발간된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정성문 지음, 예미)는 지금으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세상을 상상해 쓴 사회과학소설이다. 통계청이 예상키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게 된다는 2060년이 배경이다.

소설 속 새로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고령층에 대한 연금 지급과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고 나선다. "국가는 화수분이 아니"라며 "국가가 언제까지 노인 부양의 책임을 질 순 없다"는 논리에서다.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에 의존해 살던 노인들은 순식간에 생활이 어려워졌다. 무료 급식소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줄이 늘어만 갔다. 아침을 먹고 나면 바로 점심 줄을 서야만 제때 끼니를 먹을 수 있었다. 빈곤에 시달리다가 소액 절도를 저지르는 노인들과 고독사, 자살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노인 인구가 절반을 넘긴 2060년, 노인을 위한 나라가 독립했다 [서평]
소설의 배경은 2060년의 이름 모를 한 공화국이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내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 7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78.8명 수준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다. 소설 속에 묘사된 노인 문제가 터무니 없는 상상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소설의 후반부는 더 파격적이다. 참다 못한 이른바 '앵그리 실버'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 거리의 노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한다. 마침내 노인들은 노인만을 위한 나라를 따로 세워 독립하기에 이른다.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국가다.

초고령화 사회의 단면, 단면을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결혼 30주년에 다다르면 부부에게 혼인 관계 유지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혼인 정년제'가 대표적이다. 인간 수명이 채 오십도 되지 않는 시대에 만들어진 전통적인 혼인제도가 인간의 수명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 사회에선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그밖에 노인의 성(性), 존엄사 등 여러 노인 문제를 다룬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