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이주시설 건립 후 개발…청계천 공구거리에도 임대상가
남대문 쪽방촌에 임대주택…중구 '선이주 선순환' 재개발 눈길
남대문 쪽방 주민의 보금자리가 될 공공임대주택과 청계천 공구 상인들이 이전할 공공임대상가가 서울 중구에 건립된다.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개발로 인해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는 이른바 '선(先)이주 선(善)순환'이 최초로 적용된 재개발사업 우수사례를 26일 소개했다.

선이주 선순환이란 원주민이나 상인 등 세입자가 재정착할 시설을 사업지역 내에 먼저 조성해 이주시킨 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개발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구 관계자는 "세입자 강제 이주에 따른 마찰을 해소할 수 있어 그간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추진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성공적인 안착에는 세입자들과의 소통, 사업자의 상생 노력, 중구의 공격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지역은 남대문 쪽방촌이 있는 양동구역 제11·12지구와 청계천 공구거리로 불리던 수표구역이다.

모두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으로 각각 지상 35층과 지상 23층 규모의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동구역 제11·12지구에는 쪽방 주민 178명이 사는데, 애초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대책을 세웠지만 반대 의견에 따라 백지화됐다.

이에 정비계획을 변경하고 주민 소통에 힘쓴 결과 사업지구 안에 지상 18층의 공공임대주택(182세대)을 건립 중이다.

공공건축물 기부채납 형식이며 내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주민들이 새 건물로 이주를 마치면 쪽방은 철거되고 정비사업이 시작된다.

남대문 쪽방촌에 임대주택…중구 '선이주 선순환' 재개발 눈길
수표구역에는 1960년대부터 청계천을 중심으로 약 240곳의 영세 공구상이 밀집해 있었다.

이 지역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고 중구와 사업자는 산업 생태계 보전과 개발이 공존하는 선이주 선순환 방식을 채택했다.

정비사업 기간에 인근 을지로3가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유휴부지에 대체 영업장 160곳을 설치해 공구상 등을 옮기고 인허가 단축 등을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도왔다.

앞으로 수표구역 내에 토지와 건축물 기부채납 형식으로 지상 8층의 공공임대상가(131실)가 들어서게 되면 대체 영업장에 있는 상인들이 입주하게 된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벌어지는 구역은 중구에만 26곳이다.

김길성 구청장은 "양동구역와 수표구역은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와 개발이 지향하는 가치가 충돌 없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며 "두 사례를 발판 삼아 주민 상생형 개발이 정착되도록 신속하고 과감한 행정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