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세계경제 마비"…'갑'도 줄 세우는 '슈퍼을' 어디길래
‘을’이라고 다 같은 을이 아니다. 엔비디아처럼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업체는 일감을 주는 ‘갑’들을 줄 세우는 ‘슈퍼을’이다. 반도체 업계에는 유독 이런 기업이 많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의 TSMC, 장비 분야의 ASML도 엔비디아 못지않은 슈퍼을로 꼽힌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7.9%(작년 3분기 기준)를 점유한 기업이다. 2위 삼성전자(12.4%)를 압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다. 솜씨가 워낙 좋다 보니 애플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쟁쟁한 회사들이 앞다퉈 자기네 칩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TSMC가 없으면 세계 경제가 마비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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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경쟁력은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나온다.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 여러 칩을 쌓는 공정인데, TSMC가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에서는 앞서가고 있음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TSMC만 바라보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만 따로 떼어놓았을 때 ASML의 위상은 엔비디아를 능가한다. 5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하려면 실리콘 웨이퍼에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겨야 하는데,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없으면 불가능해서다. 이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ASML 하나뿐이다. 그러다 보니 한 대에 3000억원이 넘는데도 납품받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연간 생산량이 40여 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SML의 시가총액은 3682억달러(약 490조원)로 삼성전자(3660억달러)보다 높다.

삼성은 ASML 장비 약 40대, TSMC는 1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삼성을 제치고 파운드리 2위로 올라서겠다고 선언한 인텔은 업계 최초로 ASML 차세대 ‘NA EUV’ 장비 6대를 도입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은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또 다른 슈퍼을이다. 이 회사 역시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점유율 99%를 자랑하는 독점 업체
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