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민 감독,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첫 영화 연출
사교육 키드의 로드무비…"어떻게 살지 깨달은 주인공, 행복할 거예요"
"'살인자ㅇ난감' 각본 쓰며 영화도 연출…새로움 보여줄 것"
김다민(31) 감독은 최근 콘텐츠 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중 한 명이다.

그가 각본을 쓴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비영어권 TV시리즈 부문에서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고, 첫 연출작인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로라미디어상을 받았다.

놀라운 건 그가 두 작품의 작업을 동시에 했다는 점이다.

영화 작업을 한창 하다 집에 가면 시리즈의 각본을 쓰는 식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판씨네마 사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살인자ㅇ난감'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작업이었다"면서 "상호보완하는 지점이 있어서, 이 작품을 하다가 힘들어지면 저 작품으로 도망가곤 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스릴러물인 '살인자ㅇ난감'과 달리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한 블랙 코미디다.

사교육에 시달리는 초등학생 동춘(박나은 분)이 어느 날 말을 거는 막걸리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에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하다.

일례로 막걸리가 페르시아어를 모스부호로 변환해 동춘에게 신호를 보내고, 사교육으로 단련된 동춘은 이를 단번에 알아챈다.

동춘이 깨닫게 된 사교육의 비밀 역시 풍자적이다.

김 감독은 "마치 우주인을 훈련하듯 아이들에게 그렇게 많은 걸 (사교육으로) 가르치는 현실이 더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면서 "그래서 일부러 '말이 안 되는 요소'를 영화에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는 동춘을 불행하게만 그리지는 않는다.

부모에게 순응하던 동춘이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김 감독은 "이 영화는 동춘이 인생에 대해 품었던 질문의 정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면서 "자기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게 된 동춘은 앞으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살인자ㅇ난감' 각본 쓰며 영화도 연출…새로움 보여줄 것"
그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구청에서 전통주 만들기 수업을 배우면서다.

기포를 톡톡 터뜨리는 막걸리가 무척 신기해 막걸리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앞에 늘어선 학원 차량에 아이들이 줄지어 오르는 모습을 봤다.

"그 풍경이 참 괴이했다"는 김 감독은 문득 막걸리와 어린이가 함께 나오는 작품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한 그는 경기시나리오 공모전에 작품을 내 대상을 받았다.

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제작사를 찾아다녔지만, 선뜻 나서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차에 김 감독이 각본 집필을 제안받은 작품이 '살인자ㅇ난감'이다.

김 감독은 "고등학생 때 아주 재밌게 본 웹툰이었는데, 왜 아직 영상화가 안 됐는지 의아했다"며 "결국엔 (시리즈로) 세상에 나온 것에 큰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럴 적부터 '만화 덕후'였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에는 만화 혹은 영화를 보거나 시나리오를 읽는 게 일상이었다.

이후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에 진학하며 영화감독의 꿈에 한발짝 다가갔다.

하지만 대학에선 영화나 영상을 공부하지 않았다.

연세대에서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좋은 작품을 써낼 토대를 닦았다.

졸업쯤에는 '악인전', '박화영' 같은 작품의 연출부로 활약하며 현장 경험도 쌓았다.

"영화인이 되고 싶다"는 김 감독은 시나리오만 쓰기보다는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를 직접 만드는 작업(연출)이 더 재밌다"고 강조했다.

"그게 어렵기는 해도,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음엔 좀 더 (제 색채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려고요.

상업적인 공식에 들어맞는 작품 아니라 해도 대중은 늘 새로운 걸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같은 작품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살인자ㅇ난감' 각본 쓰며 영화도 연출…새로움 보여줄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