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마지막 공연 개최…2008년 초연해 780회 공연
비룡·백호 형제의 마지막 떡볶이…학전 '고추장 떡볶이' 폐막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대표하는 어린이 공연 '고추장 떡볶이'가 관객에게 작별을 고한다.

다음 달 폐관을 앞둔 학전은 24일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고추장 떡볶이'의 마지막 공연을 연다.

'고추장 떡볶이'는 2004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 제작에 집중했던 학전이 두 번째로 선보인 어린이극으로 2008년 초연했다.

김민기 대표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케첩 스파게티'를 한국 정서에 맞는 이야기로 번안·연출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편곡을 맡았다.

이번 시즌 출연진으로는 박두희, 이하정, 박한돌, 김태겸 등 과거 '고추장 떡볶이'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참여했다.

작품은 초등학교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 형제가 부모님이 없는 집을 며칠간 지키며 겪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엄마의 과보호 속에 자란 형제는 두 사람의 힘만으로 집을 청소하고 떡볶이를 요리하며 점차 용기와 자립심을 키워나가게 된다.

무엇이든 해내고 싶은 어린이와,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어른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은 교훈을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작품이었다.

비룡·백호 형제의 마지막 떡볶이…학전 '고추장 떡볶이' 폐막
'고추장 떡볶이'는 18번의 시즌동안 총 780회 공연한 학전 어린이극의 대표주자였다.

초연 이후 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연극상', 제17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학전 마당에서 열리는 떡볶이 시식회는 작품을 상징하는 행사였다.

학전은 초연부터 꾸준히 떡볶이 시식회를 개최하며 극장을 찾은 어린이 관객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부족한 국내 공연계에서 방학마다 아이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진 작품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린이들의 열악한 문화풍토를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어린이 공연을 올려왔다.

김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입시경쟁과 소모적인 오락만이 존재한다"며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린이극을 올려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학전이 폐관을 결정하면서 '고추장 떡볶이'는 학전이 주최한 마지막 공연으로 남게 됐다.

학전은 최근 극장 리모델링을 검토 중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학전의 명칭이 아닌 독자적인 공간 운영을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는 가수와 학전 출신 배우들이 개최하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가 열린다.

비룡·백호 형제의 마지막 떡볶이…학전 '고추장 떡볶이' 폐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