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특사에 '친정' 獨기독민주당 의원 임명에 이해상충 논란
'연임 티켓' 확보용?…EU 수장, 핵심보직 인선 두고 '시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EU 핵심 보직에 '친정'인 독일 기독민주당(CDU) 인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됐다고 폴리티코, 유락티브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집행위원단 주간회의에서 CDU 소속 마르쿠스 피퍼 의원을 EU 중소기업 특사로 임명했다.

2004년부터 CDU 의원으로 활동한 피퍼 의원은 CDU가 속한 유럽의회 정치그룹인 유럽국민당(EPP)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EU는 개방형 직위인 중소기업 특사 임명과 관련, 작년 9월부터 지원서를 접수해 EU 평가 절차에 따라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애초 최종 후보 명단에는 피퍼 의원보다 적어도 30%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체코, 스웨덴 출신 지원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유락티브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또 중소기업 특사의 직속 상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체코 출신 후보를 선호했으나 브르통 집행위원이 없는 자리에서 피퍼 의원 임명이 확정됐다고 한다.

사실상 담당 집행위원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임명 시점을 두고도 말이 많다.

피퍼 의원은 공교롭게 CDU가 내부적으로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 내세울 집행위원장 후보 선정 논의가 한창이던 시기 특사로 임명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은 이전부터 나왔지만 이를 위해선 먼저 CDU의 후보가 돼야 했다.

실제로 그의 연임 도전 선언은 지난 19일 CDU가 그를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한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

피퍼 의원이 특사로 임명된 지 약 3주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그뤼들러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인선은 명백히 폰데어라이엔이 EU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게임을 한 것"이라며 "CDU에서 '친구들' 사이 이뤄진 작은 합의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