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전 헌법재판관.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김영일 전 헌법재판관.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김영일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2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김 전 재판관은 21일 오후 9시 30분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재판관은 지난 1965년 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장,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맡다가 1999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김 전 재판관은 1996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으로서 12·12 군사 쿠데타, 5·18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전 피고인은 군 병력을 동원, 군 내부 질서를 파괴하고 헌법 질서를 문란케 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더욱이 대통령의 지위로서 수많은 기업체로부터 엄청난 부정축재를 한 점은 비록 대통령 재직 중 업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크게 참작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맡은 헌재 전원재판부 구성원으로서 국회의 청구 기각 결정에 참여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 속에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 의견을 내기도 했다. 2005년 헌법재판관을 퇴임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헌법재판관 퇴임식 때는 정치권을 향해 "헌재가 판결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하는 등 헌재의 결정을 폄하하는 의견이 많지만 나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5일 오전 6시, 장지는 충북 괴산군 호국원이다. 유족은 부인과 2녀 1남.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