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을 전시, 체험할 수 있는 카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기존에 카페를 운영하던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4년의 유예기간을 뒀음에도 일부는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당장 폐업을 고심하는 처지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야생동물 전시 및 판매 시설은 전국에 157곳에 이른다. ‘미어캣 파크’ 등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카페에선 비교적 사람을 잘 따르는 야생동물인 프레리도그, 래쿤, 여우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시설이 보유한 야생동물 중 전시가 금지되는 개체 수는 1000여 마리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해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 시행령을 개정해 동물원을 제외한 곳에선 야생동물의 체험·전시를 금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존에 운영하는 업체만 2027년까지 4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동물 복지를 개선한다는 법 개정 취지에 따라 야생동물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등의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시 1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법 시행 이후 업주들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사업을 온전히 유지하려면 동물원으로 업종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업장들은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 업종 변경을 하려면 행정 절차는 물론 동물원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 공사를 해야 한다.

업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규정대로라면 누구든지 동물원을 차릴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비용을 들여 동물원 허가를 받는 건 무리”라고 했다.

야생동물 카페 규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직 카페를 운영 중인 업주는 “동물을 만지는 것도 불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페를 찾는 손님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대형 라쿤 카페는 개정법이 시행된 지난해 12월 폐업했다.

환경부는 시행령 개정 초기인 만큼 업주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불편 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달 업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속보다는 계도와 홍보 위주로 지도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간담회를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