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시 중국과 세계탁구선수권 남자부 준결승전
부산서 만리장성 공략 나선 한국 탁구…"우주의 기운을 모아라"
"무조건 공격해야 합니다.

중국의 실수를 기대하는 순간 집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중국 탁구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다.

저변과 엘리트 선수의 기량 모두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1988 서울 대회 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탁구에서 중국은 지금까지 총 37개의 금메달 가운데 32개를 쓸어 담았다.

중국의 일개 성 대표가 다른 탁구 강국의 국가대표보다 뛰어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탁구는 강하다.

중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가 탁구다.

중국에선 공원 한쪽에 마련된 돌 탁구대를 둘러싸고 남녀노소 탁구를 즐기는 게 일상이다.

아이가 운동 좀 한다 싶으면 부모가 가장 먼저 시키는 것도 탁구다.

14억 중국인 가운데 운동 신경이 가장 뛰어난 스포츠 유망주들이 탁구채를 잡는다
부산서 만리장성 공략 나선 한국 탁구…"우주의 기운을 모아라"
탁구로 중국을 이기는 것은 럭비로 뉴질랜드를, 아이스하키로 캐나다를, 마라톤으로 케냐를 이기는 것에 비견된다.

안재형 KBS 탁구 해설위원은 "중국은 선수 육성, 훈련 시스템과 노하우, 투자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서 앞서있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한국 탁구가 안방인 부산에서 담대한 도전에 나선다.

24일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열리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한국과 중국이 맞붙는다.

양 팀의 격차는 랭킹이 그대로 말해준다.

한국의 에이스 장우진의 국제탁구연맹(ITTF) 단식 랭킹은 14위다.

이어 임종훈(한국거래소) 18위, 이상수(삼성생명) 27위, 안재현(한국거래소) 34위, 박규현(미래에셋증권) 177위 순이다.

부산서 만리장성 공략 나선 한국 탁구…"우주의 기운을 모아라"
중국 대표팀은 판전둥(1위), 왕추친(2위), 마룽(3위), 량징쿤(4위), 링가오위안(5위) 단식 랭킹 1∼5위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탁구 '어벤져스'라 부를 만하다.

탁구 선수에게 국제무대에서 중국 선수를 이겨본 경험은 '훈장'과도 같다.

장우진은 판전둥에 7전 전패, 마룽에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중국의 톱 3 선수 중 왕추친에게만 2018년 월드투어 스웨덴오픈에서 1승을 거둬봤다.

왕추친과 나머지 5차례 대결에선 졌다.

임종훈 역시 왕추친에게만 딱 한 번 이겨봤고(4패), 판전둥(4전 전패), 마룽(3전 전패)에게는 한 번도 못 이겼다.

이상수가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1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프랑크푸르트 대회에서 판전둥에게 3-1로 승리한 건 그나마 희망을 품게 하는 전적이다.

부산서 만리장성 공략 나선 한국 탁구…"우주의 기운을 모아라"
국제대회 공동취재구역에서 중국과의 대결이 확정된 선수들에게 '만리장성 도전'의 각오와 승리의 방책을 묻는 건 기자들 입장에서도 덧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

선수들과 지도자 역시 '답'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임종훈은 23일 덴마크와 8강전 승리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은 늘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길목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변칙을 주는 작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세혁 감독은 임종훈과 달리 "우리나라, 홈에서 하기 때문에 정면 승부를 할 예정"이라고 큰소리쳤다.

선수들에게 아직 '감독님'보다는 '세혁이 형'이 익숙할 주 감독은 선수들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최선의 방책을 들고나올 터다.

부산서 만리장성 공략 나선 한국 탁구…"우주의 기운을 모아라"
변칙으로 가건 정공법으로 맞서건, 모든 것을 쏟아내야 중국을 꺾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부산에서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 탁구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이다.

홈 팬들 앞에서 젖 먹던 힘이라도 짜내 만리장성에 '실금'이라도 가게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남자 단식 금메달을 거머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중국을 이기려면, 지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공격해야 한다.

중국의 실수를 기대하는 순간 진다"고 조언했다.

안재형 위원은 "우리를 굳이 낮출 필요는 없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우주의 기운을 다 모아야 중국을 이길 수 있다"면서 "중국 선수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지면 안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늘 안고 있다.

이런 걸 파고들어서 흔들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