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탁구 덴마크와 8강전 '에이스' 장우진 패하자 임종훈이 2승 책임져
다음 상대는 '만리장성' 중국…"싸운다는 마음으로 도전"
장우진 삐끗하자 임종훈이 끝냈다…"역적 되는 줄 알았어요"
"(장)우진이 형이 고전했을 때, 제가 옆에서 이겨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
홀로 2승을 책임지며 한국 남자 탁구에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메달을 안긴 임종훈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앞선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2016년 쿠알라룸푸르 대회부터 2022년 청두 대회까지 3회 연속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그 중심에는 장우진이 있었다.

장우진은 막내로 출전한 쿠알라룸푸르 대회부터 맏형으로 출격한 청두 대회까지 맹활약하며 대표팀을 시상대로 이끌었다.

이번 부산 세계선수권에서도 장우진은 에이스의 역할을 다했다.

조별예선부터 인도와 16강전까지 한 번도 매치 점수를 상대에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23일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치러진 덴마크와 8강전에서 장우진은 흔들렸다.

한국이 매치 점수 1-0으로 앞선 채 맞은 2단식에 장우진이 출격했다.

상대는 2019년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만나 4-1 승리한 기억이 있는 요나탄 그로트였다.

장우진 삐끗하자 임종훈이 끝냈다…"역적 되는 줄 알았어요"
장우진의 낙승이 기대됐으나, 결과는 패배였다.

장우진은 상태의 강력한 포핸드 톱스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다행히 후배들이 장우진의 패배를 보기 좋게 되갚아줬다.

3단식의 안재현이 3-0 완승을 해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고, 임종훈이 1단식에 이어 4단식에서도 3-1 승리를 챙기며 한국의 준결승행을 확정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임종훈은 장우진에게 고마운 마음부터 드러냈다.

임종훈은 "우진이 형이 (매치 점수) 2점을 맨날 힘들게 잘 잡아줘서 남자 대표팀이 지금까지 메달이 안 끊겼다"면서 "오늘 우진이 형이 조금 어려운 경기를 했다.

형이 고전했을 때, 내가 옆에서 이겨서 팀이 승리하게 돼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우진이 형이 뒤에 있었기에 마지막 경기를 더 창의적으로 운영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3단식에서 잘 싸워준 (안)재현이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4단식에서 임종훈은 그로트에게 첫 게임을 내준 뒤 내리 세 게임을 따내며 승리했다.

장우진 삐끗하자 임종훈이 끝냈다…"역적 되는 줄 알았어요"
임종훈이 게임 점수를 먼저 내줬을 때 장우진은 '멘붕'에 빠졌다고 한다.

장우진은 "종훈이가 첫 게임을 내주자 마음속으로 '이거 큰일 났다.

내가 5단식에서도 지면 정말 역적 되는 건데 어쩌지?' 하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임종훈 선수가 두 번째 게임에서 이기고 난 다음에는 안도감이 들었다.

승리에 큰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16년 만의 결승 진출이다.

그런데 준결승 상대가 '세계 최강' 중국이다.

중국은 대회 11연패에 도전하는 절대강자다.

1993년 대회부터 한 번도 안 빼놓고 결승에 오른 게 중국이다.

장우진은 "10번 붙으면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는 중국을 이길 수 있다"면서 "우리 홈이기 때문에 팬들께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우진 삐끗하자 임종훈이 끝냈다…"역적 되는 줄 알았어요"
임종훈은 "중국은 늘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길목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변칙을 주는 작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120% 쳤는데, 이번엔 150% 쳐서 한 번 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은 부산시민들도 '총력전'으로 응원에 임해달라고 부탁했다.

중국에서 탁구는 단연 최고 인기 스포츠다.

중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마다 '자여우!'를 외치는 중국 팬들이 관중석을 점령해 '중국 홈'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임종훈은 "오늘 이 경기가 외국에서 치러졌다면, 솔직히 졌을지도 모른다.

응원 많이 해 주셔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중국 팬들과 싸우지만 마시고 크게 응원해 주시면, 저희가 진짜 싸운다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