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국내 초연…활력 넘치는 작품에 감탄 자아낸 벨칸토 테크닉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성악과 관현악의 티키타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왜 한국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공연하지 않았을까?"
폭설이 내린 22일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전막 공연으로 국내 초연한 로시니의 초기작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을 보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공연 후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젊은 로시니의 활력이 가득한 이 작품은 속사포 같은 파를란디(희극적 효과를 목표로 랩을 하듯 빠르게 노래하는 방식), 기계 같은 정확성을 요구하는 멜리스마(성악에서 가사 한 음절에 여러 개의 음을 장식적으로 붙이는 방식), 유연한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기교) 등 다양한 벨칸토 테크닉이 필수적이어서 공연이 쉽지 않다.

이슬람 세계를 희화화하고 무슬림 주인공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대본의 내용도 오늘날 공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와 함께 로시니의 대표 희극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이제야 초연 무대에 올렸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성악과 관현악의 티키타카
그러나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한국 초연은 예술적인 면에서 큰 성공이었다.

전형적인 튀르키예풍의 문양과 색감으로 알제리 태수 무스타파의 궁전을 보여준 오윤균의 무대는 구조물 아치 넘어 반짝이는 바다로 아름다움을 더했고, 원작의 분위기와 캐릭터들을 고전적으로 살린 최지형의 연출, 그리고 의상과 조명, 영상 등도 관객의 작품 이해를 도왔다.

활기차고 익살스러운 서곡이 연주되는 동안 극의 배경과 내용을 애니메이션 영상 및 자막 전광판으로 보여준 것도 초연 관객을 대하는 친절한 배려였다.

마치 "오페라,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라고 외치고 있는 듯했다.

1천200석 규모의 해오름극장은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를 공연하기에 적합했다.

저음 현악기와 타악기가 피트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오케스트라 배치도 효과적이었다.

여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유럽에서 다채로운 오페라 지휘 경력을 쌓은 젊은 지휘자 이든은 피트에서 오페라 전곡을 출연 가수들과 함께 노래하며 지휘했다.

강조할 포인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교하고 섬세하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끈 그는 극적인 대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대신 경쾌하고 담백한 해석으로 진정한 로시니의 맛을 보여줬다.

성악과 관현악이 엄청난 템포의 '티키타카'를 펼칠 때는 리듬이 어긋날 듯해 긴장된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 노련하게 순발력을 발휘해 음악을 온전하게 완성했다.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성악과 관현악의 티키타카
'알제리 여인' 이사벨라 역을 노래한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아마루는 감탄을 자아내는 벨칸토 전문 가수였다.

아마루는 자신감 넘치는 탄탄한 중저음과 탁월한 멜리스마 테크닉으로 연인을 구하러 무슬림 세계에 뛰어든 여장부의 개성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연인 린도로 역의 러시아 테너 발레리 마카로프는 타고난 미성과 나무랄 데 없는 테크닉, 유쾌한 연기와 잘 다듬어진 표현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무스타파 역의 베이스 권영명은 배역이 구현해야 하는 어리석음과 우스꽝스러움을 타고난 유머 감각으로 펼쳐 보여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일반적인 베이스 가수가 소화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의 멜리스마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그는 이상적인 바소 부포(희극 베이스)였다.

이사벨라를 사모하는 타데오 역의 바리톤 김원은 선명한 가창과 명징한 발음, 상황을 숙고해 최적의 연기를 끌어내는 그의 능력으로 그리 존재감이 크지 않은 이 배역을 특별히 빛나게 했다.

엘비라 역의 소프라노 이혜진, 줄마 역의 신성희, 알리 역의 최공석도 관객이 귀를 활짝 열게 하는 인상적인 가창과 연기로 공연의 수준을 더욱 높였다.

국립합창단과 메트오페라합창단의 테너 및 베이스 단원들은 신체 움직임이 많은 어려운 가창 조건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배우와 무용수들로 구성된 스탈릿컴퍼니가 하렘의 여인들과 경비병 역할을 맡아 극에 희극적 효과를 더했다.

공연은 두 캐스트로 25일까지 계속된다.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성악과 관현악의 티키타카
rosina@chol.co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