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한 행인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지수는 오후 장중 한때 3만9029.00엔을 기록하며 1989년 12월 29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3만8915.87엔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2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한 행인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지수는 오후 장중 한때 3만9029.00엔을 기록하며 1989년 12월 29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3만8915.87엔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정계와 관가에 ‘일풍(日風)’이 불고 있다. 정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본 증시 관련 제도를 모방하거나 참고해 국내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증시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데다 양국의 관련 제도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총선 공약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본판 ISA’인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참고해 ISA 가입자의 해외 주식 투자를 허용하거나 비과세 한도를 원금의 최대 3배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총선 공약을 준비하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존속된다는 전제하에 좀 더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을 것”이라며 “일본처럼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국민들이 마음껏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ISA 정신’이다”고 했다. 민주당이 앞서 발표한 ‘우리 아이 자립펀드’ 공약도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일본을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경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관련 간담회를 여러 차례 열었지만, 일본 경제를 배우겠다는 간담회는 거의 없었다”며 “굉장히 이례적인 행사”라고 했다.

오는 26일 정부가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의 상장사 저평가 개선 정책을 참고한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로, 일본(2.0배)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ISA의 비과세 한도 확대 방침도 일본의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모방했다는 평가다. ‘일본판 ISA’인 NISA는 비과세 한도가 없는 데다 비과세 기간도 올해부터 기존 5년에서 무제한으로 풀었다. 연간 투자액도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확대됐다. 일본 SMBC닛코증권은 NISA 제도 개편으로 매년 2조엔의 자금이 일본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계와 관가의 이목이 일본에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증시 활황이다. 이날 오후 닛케이225 지수는 3만9029.00까지 치솟았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9000선을 웃돈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의 금융 관련 제도가 비슷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도 벤치마킹의 이유로 꼽힌다. 금융 기관이 파산했더라도 정부가 1인당 예금액을 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내용이 담긴 예금자 보호법도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 구체적인 금액만 손본 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산업구조나 경제 제도상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