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국민 99%는 평생 못타볼걸요…난 항상 공짜로 이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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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비행기 비즈니스석 항상무료…횟수제한 없어"
"기존 국회의원들 특권폐지 등 자체 개혁 가능성 없어"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보다는 과시가 국회의원 목적'
"특권폐지 등 정치개혁 범국민운동 펼쳐야"…최연혁 교수
[※ 편집자 주=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키로 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15일[삶] 한국 대 스웨덴, 9 대 0…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종합) 는 제목으로 송고돼 국회의원 특권 실태를 다뤘습니다.
조만간 송고하는 세 번째 기사는 한국의 국방, 외교, 정치 문제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과시하고 싶은 욕망,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자유, 평등, 장애인 인권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약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이제는 전국적인 국민운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
최연혁(64)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8일과 16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가진 두차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직무 유기의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협의체를 만들어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비롯한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전국적인 국가 개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원래 코미디언이었지만 나라를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라면서 "한국에서도 그런 인물이 나타나 국민의 개혁 의지를 모아 전국적 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60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웨덴어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마쳤다.
이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스웨덴 쇠더른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일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다시 스웨덴에 돌아가 모교인 예테보리대학에서 '정부의 질' 연구소 객원교수로 일했다.
2016년부터는 스웨덴의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는 연구교수로 연구년을 얻어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보냈고, 미국 UC버클리 사회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 편집자 주= 바로 아래 내용은 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하기 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과 최 교수가 설명한 스웨덴 국회의원의 상황을 요약한 것입니다.
)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 요약>
한국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막말해서 상대방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스웨덴에서는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해당 의원을 제적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700만원을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인 중대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이 급여를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 연봉은 1억원 정도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그 나라에서는 중상위권 수준이다.
스웨덴의 1인당 GDP는 한국의 두배인 6만달러다.
한국 국회의원의 실질 연봉은 5억원이다.
세비 1억5천700만원 외에 사무실 지원 경비 1억원의 절반은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또 거의 매년 3억원의 후원금을 받는데,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에 이 후원금은 의원의 개인 호주머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하면 벌써 5억원은 된다.
지난 19대 이전 한국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지낸 사람은 65세 이후에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들은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에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
국민이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40년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민이 수령하는 국민연금 평균은 월 54만 원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비용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사무실 경비를 매달 받는다.
택시를 타지 않아도 매월 택시비를 받고,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는데도 문자 발송비를 받는다.
차가 고장 나지 않았는데도 차량 유지비를 받으며, 야근하지 않았는데도 야근 식대를 받는다.
스웨덴에서 이런 지원 경비는 없다.
한국 국회 상임위원장은 월 1천만원씩 연간 1억2천만원의 판공비를 받는다.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상임위원장의 월 차량 유지비는 100만원이다.
매달 차량이 고장 나는 것이 아닌데도 계속 받는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차량 관련 지원은 없다.
그들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니 유류비, 차량 유지비가 나올 리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약국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
국회의원의 이런 이용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이런 특권을 찾아볼 수 없다.
스웨덴 공항에서는 의원들이나 장관들이 비서 없이 혼자 서류나 노트북을 보다가 줄을 서라고 하면 시민들과 같이 줄을 서서 비행기에 들어간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1년에 두차례씩 나랏돈으로 호화판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작년 4월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재정 준칙' 제도를 배우겠다면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열흘간 다녀왔는데 9천만 원을 썼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비용만 5천500만 원이었다.
스페인에 가서는 "한국 재정 건전성이 스페인보다 훨씬 좋은데, 오히려 우리가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면 '칙사' 대접을 받는다.
외국에 있는 한국 공관들은 자동차, 통역, 숙소 등을 구해주고 만찬과 오찬을 한 번씩 열어줘야 한다.
강원도 속초 바닷가에는 국회 고성연수원이 있다.
리조트 성격이 강한데, 국회의원들이 거의 공짜로 사용한다.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손자녀)뿐 아니라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일본 국회의원 비서는 3명이다.
스웨덴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수행비서로, 운전기사로, 지역구 관리원으로 쓴다.
선거가 임박하면 보좌진 대부분을 지역구에 내려보내 자기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
이들 보좌진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어서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 규모의 호화판이다.
의원 방이 따로 있고, 잠자는 곳도 있다.
스웨덴 국회의원실은 3∼4평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직접 옷을 받아 걸어주며, 커피를 끓여준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기업 등으로부터 입법 로비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을 챙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도 입법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긴 하지만 돈을 받는 일은 없다.
여야의 여러 의원이 함께 당사자를 만나므로 뇌물수수가 이뤄질 수가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검은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에는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경조 행사를 통해서도 뇌물을 받는데, 이 또한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후보당 2억∼3억원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 행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웨덴 지방의원은 무급이어서 뇌물을 주고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도 없다.
<다음은 최연혁 교수와의 일문일답>
-- 본인이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스웨덴 총리를 지낸 타게 에르란데르다.
그는 사민당 소속으로 1946년부터 1969년까지 23년간 스웨덴 총리로 일했다.
1901년에 태어나 84세였던 1985년에 별세했다.
그가 총리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는 작은 아파트 한 채가 있을 뿐이었다.
그 아파트는 전직 총리로서 방문객을 접견할 만한 공간이 안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민당이 스톡홀롬 외곽에 집을 하나 제공했다.
나는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총리를 지낸 사람이 이렇게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일기나 자서전을 보면 "나는 오늘 비상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이 지지해줘 총리가 됐다.
두렵다.
나는 과연 국민과 동지들이 기대하는 그런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라면서 근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23년간 총리직에 있으면서도 초심을 유지했고, 부패하지 않았다.
군림하지 않았으며, 권력을 즐기지 않았다.
-- 그는 총리 재임 중에 무엇을 이뤄냈나.
▲ 그는 대학 시절에 극좌파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전임 총리의 잔여임기를 채운 그가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르려 할 때 '빨갱이 논쟁'이 일어났다.
에르란데르가 한 번 더 총리를 하면 나라가 굴락(Gulag, 소련당시 집단노동수용소)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파의 공격이 이어졌다.
간신히 선거에서 이겨 총리직에 다시 오른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목요 클럽'이다.
목요일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함께 식사하는 모임이었다.
이 회동은 재임 기간 내내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당연히 그는 기업인들과 친해졌고 이는 노동, 복지, 경제, 조세 정책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
에르란데르 총리 퇴임 후에 가장 많이 찾아왔던 사람은 사민당의 동료들이 아니었다.
바로 그들 기업인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가 펴낸 회고록에 기록돼 있다.
-- 에르난데르는 총리시절 기업인과 노조 지도자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던데.
▲ 스웨덴 총리의 여름 별장 하르프순드 옆에는 40∼50커플이 묵을 수 있는 건물 몇동이 들어서 있다.
에르란데르 총리는 8월 첫째 주 1주일은 정계, 재계, 노동계 인사들을 별장으로 초청해 파티를 열곤 했다.
이 모임에서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아무리 적대적 관계라고 하더라도 10번 이상 만나면 친구가 되는 법이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서로 친해졌고, 상대방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됐다.
스웨덴은 2차대전 후 대다수 서유럽국가와 달리 사회적 갈등과 노동쟁의를 겪지 않았는데, 에르난데르의 이런 노력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 에르란데르 총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했나.
▲ 강한 사회(Strong Society)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재능을 살려 성공하는 사회,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누구한테도 구속되지 않는 사회다.
스웨덴의 복지서비스와 사회보험의 틀은 에르란데르 총리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학자들은 스웨덴의 이 시기를 복지의 황금기(Golden age of welfare state)라고 부른다.
-- 한국에도 에르란데르 총리처럼 소박하고 포용적이고 비전을 갖춘 리더가 있었나.
▲ 그런 인물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 그 반대로, 한국 국회의원들은 비정상적인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 한국 국회의원들은 VIP 대접을 받고자 한다.
국민의 머슴임을 자처하는 그들이 왜 Very Important Person(VIP)이 되기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VIP 대접을 받지 않는다.
고속열차의 특실,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공항의 VIP룸, 공항의 귀빈 주차장을 이용하는 일이 없다.
굳이 이용하고자 한다면 돈을 지불한다.
일반 시민도 돈을 내면 그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 한국과 스웨덴 국회의원의 마음 자세가 다른 이유는.
▲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텔레비전 토론을 보고, 부모와 이야기하고, 학교 토론반에 들어가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정당 청년위원회에 들어가 정책과 토론 방법을 배운다.
성인이 돼서는 지방의원으로서 정치경력을 시작한다.
평등, 장애인 복지 등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에 한국 국회의원들은 "나는 성공한 사람이니 이제는 정치 좀 해봐야겠다"면서 공천을 신청한다.
과시를 하고, 권력도 누려보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니 특권에 대한 생각이 스웨덴과 다를 수밖에 없다.
--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도 법조인, 언론인 등이 국회에 입성하는 일이 많은가.
▲ 지방의원 중에는 미용사, 전기공, 정원사, 교사, 약사 등이 꽤 있다.
이런 사람이 두각을 드러내면 국회의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원래 직업이 아주 다양한 이유다.
한국은 전문 직종에 있었던 사람, 학계에 있었던 사람, 정치권에 있었던 사람 등이 국회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 스웨덴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던데.
▲ 정치인은 국민의 세금을 쓰고, 세금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작은 스캔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은 한동안 외국에 살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국내 상황을 모르고, 업무도 바빠서 TV 시청료를 내지 못했다.
그 사람은 사과하고, 1년 치를 모두 완납했지만, 국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떤 여성 정치인은 주차 위반이 문제가 됐다.
그는 장관직에 있으면서 회의 장소에 허겁지겁 달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남아 있는 시간이 5분도 안 되기에 승용차를 빈 곳에 대충 세워놓고 회의실로 뛰어가곤 했는데, 이것이 주차위반이 됐다.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장관 모두 별도의 운전사를 두지 않으니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 여성 정치인은 유력한 총리 후보였으나 낙마했다.
-- 스웨덴 정치인은 이런 문제들이 생기면 스스로 내려오나.
▲ 그들은 국민에 봉사하고, 희생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다.
어떤 작은 스캔들에 실수로라도 연루되거나, 잠깐이라도 세금을 허투루 썼다는 것이 알려지면 스스로 옷을 벗는다.
국회가 윤리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는 "남들은 나보다 훨씬 심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내가 이 정도의 문제로 옷을 벗느냐"면서 버틴다.
뇌물 수수, 배임, 횡령 등 중대범죄를 저질렀어도 스스로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스웨덴 정치인은 중대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별로 없나.
▲ 이 나라 정치인은 TV 시청료를 미납하거나, 주차위반을 하는 경우, 합법적이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을 유모로 쓰는 경우 등으로 낙마하곤 한다.
한국처럼 중대범죄는 없다.
-- 한국 국회의원 중 학창 시절 운동권이었던 사람은 특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듯한데.
▲ 그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선민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외국어대 대학생 시절에 한 후배 여학생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그는 "나는 선배와 달리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은 일반 학생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선민의식이다.
그러니 국회의원이 돼서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특권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누리게 되는 것이다.
--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 제자리 찾기가 진행돼야 한다.
그들이 시민운동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으로서 자기 생업에 종사하면서 가족과 사회를 건강하게 지켰으면 한다.
노동운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이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노동자들이 근무 환경, 임금 문제를 거론해야지, 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시민단체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나.
▲ 시민단체 출신들이 곧바로 정계에 진출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시민단체는 존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목적이 정치라면 정당을 표방하는 게 맞다.
지금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어려워진 것은 구성원들의 정계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정치를 지향하는 듯하다.
-- 스웨덴에서는 노조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 스웨덴 노조는 교회와 같은 수준으로 신뢰받는다.
정당, 대기업, 은행보다 신뢰도가 높다.
-- 노조가 신뢰받는 이유는.
▲ 노조원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노조 간부들에게는 특권의식이 없다.
노조 위원장들은 임기를 마치면 평조합원으로 돌아간다.
노총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되는 일도 없다.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노총 간부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정부 조사위원회 같은 곳에서 일한다.
노조원의 고용세습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스웨덴 노조 조직률이 70%를 웃도는 것도 노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가족 중에 노조원 1명은 있기에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 스웨덴 노조 간부들이 특권을 갖지 않는 이유는.
▲ 정치인도 특권이 없는데, 노조 간부들이 특권을 가질 리 없다, 노조 간부의 공금유용은 상상도 못 한다.
노조 회계가 투명하기 때문이다.
--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어떤 식으로 추진해야 하나.
▲ 누군가가 시민들을 조직해서 전국적 운동으로 전개했으면 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개혁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시민단체들도 이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서서 정치문화를 바꾸는 사회운동을 전개했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도 원래는 코미디언이었다.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올곧은 소리를 하다 보니 인기가 생겼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정치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도달했고, 이것이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다.
-- 본인은 정치인 학교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 예비 정치인학교가 필요하다.
정치인을 교육해 국회에 진출시키는 기관이다.
대다수 유럽 국가에서는 정당이 그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당원 교육 과정만 두고 있다.
예비 정치인들에게 설득과 소통의 능력, 연설과 토론의 방법, 정책과 제도 등에 대해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예비 정치인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봉사해볼 생각이다.
이것도 국민운동의 일환이라고 본다.
-- 스웨덴 정치가 성공적인 이유는.
▲ 시민들의 참여와 책임, 연대 의식, 준법정신과 대안적 비판, 그리고 관용이라는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스웨덴 정치인들의 봉사와 희생정신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 비판하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는데.
▲ 대안이 없으면 비판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대한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직 발목잡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우리 사회는 시민정신이 결여돼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이 많은데, 선거에 참여하고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른 생각, 다른 조직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자유를 누리려면 상대방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준법과 법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취재지원 김수지·김민수 인턴기자)
/연합뉴스
"기존 국회의원들 특권폐지 등 자체 개혁 가능성 없어"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보다는 과시가 국회의원 목적'
"특권폐지 등 정치개혁 범국민운동 펼쳐야"…최연혁 교수
[※ 편집자 주=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키로 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15일
조만간 송고하는 세 번째 기사는 한국의 국방, 외교, 정치 문제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과시하고 싶은 욕망,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자유, 평등, 장애인 인권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약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이제는 전국적인 국민운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
최연혁(64)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8일과 16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가진 두차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직무 유기의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협의체를 만들어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비롯한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전국적인 국가 개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원래 코미디언이었지만 나라를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라면서 "한국에서도 그런 인물이 나타나 국민의 개혁 의지를 모아 전국적 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60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웨덴어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마쳤다.
이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스웨덴 쇠더른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일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다시 스웨덴에 돌아가 모교인 예테보리대학에서 '정부의 질' 연구소 객원교수로 일했다.
2016년부터는 스웨덴의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는 연구교수로 연구년을 얻어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보냈고, 미국 UC버클리 사회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 편집자 주= 바로 아래 내용은 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하기 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과 최 교수가 설명한 스웨덴 국회의원의 상황을 요약한 것입니다.
)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 요약>
한국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막말해서 상대방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스웨덴에서는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해당 의원을 제적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700만원을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인 중대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이 급여를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 연봉은 1억원 정도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그 나라에서는 중상위권 수준이다.
스웨덴의 1인당 GDP는 한국의 두배인 6만달러다.
한국 국회의원의 실질 연봉은 5억원이다.
세비 1억5천700만원 외에 사무실 지원 경비 1억원의 절반은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또 거의 매년 3억원의 후원금을 받는데,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에 이 후원금은 의원의 개인 호주머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하면 벌써 5억원은 된다.
지난 19대 이전 한국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지낸 사람은 65세 이후에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들은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에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
국민이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40년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민이 수령하는 국민연금 평균은 월 54만 원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비용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사무실 경비를 매달 받는다.
택시를 타지 않아도 매월 택시비를 받고,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는데도 문자 발송비를 받는다.
차가 고장 나지 않았는데도 차량 유지비를 받으며, 야근하지 않았는데도 야근 식대를 받는다.
스웨덴에서 이런 지원 경비는 없다.
한국 국회 상임위원장은 월 1천만원씩 연간 1억2천만원의 판공비를 받는다.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상임위원장의 월 차량 유지비는 100만원이다.
매달 차량이 고장 나는 것이 아닌데도 계속 받는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차량 관련 지원은 없다.
그들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니 유류비, 차량 유지비가 나올 리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약국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
국회의원의 이런 이용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이런 특권을 찾아볼 수 없다.
스웨덴 공항에서는 의원들이나 장관들이 비서 없이 혼자 서류나 노트북을 보다가 줄을 서라고 하면 시민들과 같이 줄을 서서 비행기에 들어간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1년에 두차례씩 나랏돈으로 호화판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작년 4월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재정 준칙' 제도를 배우겠다면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열흘간 다녀왔는데 9천만 원을 썼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비용만 5천500만 원이었다.
스페인에 가서는 "한국 재정 건전성이 스페인보다 훨씬 좋은데, 오히려 우리가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면 '칙사' 대접을 받는다.
외국에 있는 한국 공관들은 자동차, 통역, 숙소 등을 구해주고 만찬과 오찬을 한 번씩 열어줘야 한다.
강원도 속초 바닷가에는 국회 고성연수원이 있다.
리조트 성격이 강한데, 국회의원들이 거의 공짜로 사용한다.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손자녀)뿐 아니라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일본 국회의원 비서는 3명이다.
스웨덴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수행비서로, 운전기사로, 지역구 관리원으로 쓴다.
선거가 임박하면 보좌진 대부분을 지역구에 내려보내 자기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
이들 보좌진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어서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 규모의 호화판이다.
의원 방이 따로 있고, 잠자는 곳도 있다.
스웨덴 국회의원실은 3∼4평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직접 옷을 받아 걸어주며, 커피를 끓여준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기업 등으로부터 입법 로비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을 챙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도 입법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긴 하지만 돈을 받는 일은 없다.
여야의 여러 의원이 함께 당사자를 만나므로 뇌물수수가 이뤄질 수가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검은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에는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경조 행사를 통해서도 뇌물을 받는데, 이 또한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후보당 2억∼3억원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 행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웨덴 지방의원은 무급이어서 뇌물을 주고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도 없다.
<다음은 최연혁 교수와의 일문일답>
-- 본인이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스웨덴 총리를 지낸 타게 에르란데르다.
그는 사민당 소속으로 1946년부터 1969년까지 23년간 스웨덴 총리로 일했다.
1901년에 태어나 84세였던 1985년에 별세했다.
그가 총리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는 작은 아파트 한 채가 있을 뿐이었다.
그 아파트는 전직 총리로서 방문객을 접견할 만한 공간이 안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민당이 스톡홀롬 외곽에 집을 하나 제공했다.
나는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총리를 지낸 사람이 이렇게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일기나 자서전을 보면 "나는 오늘 비상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이 지지해줘 총리가 됐다.
두렵다.
나는 과연 국민과 동지들이 기대하는 그런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라면서 근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23년간 총리직에 있으면서도 초심을 유지했고, 부패하지 않았다.
군림하지 않았으며, 권력을 즐기지 않았다.
-- 그는 총리 재임 중에 무엇을 이뤄냈나.
▲ 그는 대학 시절에 극좌파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전임 총리의 잔여임기를 채운 그가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르려 할 때 '빨갱이 논쟁'이 일어났다.
에르란데르가 한 번 더 총리를 하면 나라가 굴락(Gulag, 소련당시 집단노동수용소)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파의 공격이 이어졌다.
간신히 선거에서 이겨 총리직에 다시 오른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목요 클럽'이다.
목요일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함께 식사하는 모임이었다.
이 회동은 재임 기간 내내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당연히 그는 기업인들과 친해졌고 이는 노동, 복지, 경제, 조세 정책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
에르란데르 총리 퇴임 후에 가장 많이 찾아왔던 사람은 사민당의 동료들이 아니었다.
바로 그들 기업인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가 펴낸 회고록에 기록돼 있다.
-- 에르난데르는 총리시절 기업인과 노조 지도자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던데.
▲ 스웨덴 총리의 여름 별장 하르프순드 옆에는 40∼50커플이 묵을 수 있는 건물 몇동이 들어서 있다.
에르란데르 총리는 8월 첫째 주 1주일은 정계, 재계, 노동계 인사들을 별장으로 초청해 파티를 열곤 했다.
이 모임에서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아무리 적대적 관계라고 하더라도 10번 이상 만나면 친구가 되는 법이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서로 친해졌고, 상대방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됐다.
스웨덴은 2차대전 후 대다수 서유럽국가와 달리 사회적 갈등과 노동쟁의를 겪지 않았는데, 에르난데르의 이런 노력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 에르란데르 총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했나.
▲ 강한 사회(Strong Society)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재능을 살려 성공하는 사회,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누구한테도 구속되지 않는 사회다.
스웨덴의 복지서비스와 사회보험의 틀은 에르란데르 총리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학자들은 스웨덴의 이 시기를 복지의 황금기(Golden age of welfare state)라고 부른다.
-- 한국에도 에르란데르 총리처럼 소박하고 포용적이고 비전을 갖춘 리더가 있었나.
▲ 그런 인물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 그 반대로, 한국 국회의원들은 비정상적인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 한국 국회의원들은 VIP 대접을 받고자 한다.
국민의 머슴임을 자처하는 그들이 왜 Very Important Person(VIP)이 되기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VIP 대접을 받지 않는다.
고속열차의 특실,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공항의 VIP룸, 공항의 귀빈 주차장을 이용하는 일이 없다.
굳이 이용하고자 한다면 돈을 지불한다.
일반 시민도 돈을 내면 그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 한국과 스웨덴 국회의원의 마음 자세가 다른 이유는.
▲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텔레비전 토론을 보고, 부모와 이야기하고, 학교 토론반에 들어가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정당 청년위원회에 들어가 정책과 토론 방법을 배운다.
성인이 돼서는 지방의원으로서 정치경력을 시작한다.
평등, 장애인 복지 등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에 한국 국회의원들은 "나는 성공한 사람이니 이제는 정치 좀 해봐야겠다"면서 공천을 신청한다.
과시를 하고, 권력도 누려보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니 특권에 대한 생각이 스웨덴과 다를 수밖에 없다.
--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도 법조인, 언론인 등이 국회에 입성하는 일이 많은가.
▲ 지방의원 중에는 미용사, 전기공, 정원사, 교사, 약사 등이 꽤 있다.
이런 사람이 두각을 드러내면 국회의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원래 직업이 아주 다양한 이유다.
한국은 전문 직종에 있었던 사람, 학계에 있었던 사람, 정치권에 있었던 사람 등이 국회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 스웨덴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던데.
▲ 정치인은 국민의 세금을 쓰고, 세금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작은 스캔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은 한동안 외국에 살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국내 상황을 모르고, 업무도 바빠서 TV 시청료를 내지 못했다.
그 사람은 사과하고, 1년 치를 모두 완납했지만, 국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떤 여성 정치인은 주차 위반이 문제가 됐다.
그는 장관직에 있으면서 회의 장소에 허겁지겁 달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남아 있는 시간이 5분도 안 되기에 승용차를 빈 곳에 대충 세워놓고 회의실로 뛰어가곤 했는데, 이것이 주차위반이 됐다.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장관 모두 별도의 운전사를 두지 않으니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 여성 정치인은 유력한 총리 후보였으나 낙마했다.
-- 스웨덴 정치인은 이런 문제들이 생기면 스스로 내려오나.
▲ 그들은 국민에 봉사하고, 희생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다.
어떤 작은 스캔들에 실수로라도 연루되거나, 잠깐이라도 세금을 허투루 썼다는 것이 알려지면 스스로 옷을 벗는다.
국회가 윤리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는 "남들은 나보다 훨씬 심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내가 이 정도의 문제로 옷을 벗느냐"면서 버틴다.
뇌물 수수, 배임, 횡령 등 중대범죄를 저질렀어도 스스로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스웨덴 정치인은 중대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별로 없나.
▲ 이 나라 정치인은 TV 시청료를 미납하거나, 주차위반을 하는 경우, 합법적이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을 유모로 쓰는 경우 등으로 낙마하곤 한다.
한국처럼 중대범죄는 없다.
-- 한국 국회의원 중 학창 시절 운동권이었던 사람은 특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듯한데.
▲ 그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선민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외국어대 대학생 시절에 한 후배 여학생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그는 "나는 선배와 달리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은 일반 학생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선민의식이다.
그러니 국회의원이 돼서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특권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누리게 되는 것이다.
--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 제자리 찾기가 진행돼야 한다.
그들이 시민운동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으로서 자기 생업에 종사하면서 가족과 사회를 건강하게 지켰으면 한다.
노동운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이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노동자들이 근무 환경, 임금 문제를 거론해야지, 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시민단체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나.
▲ 시민단체 출신들이 곧바로 정계에 진출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시민단체는 존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목적이 정치라면 정당을 표방하는 게 맞다.
지금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어려워진 것은 구성원들의 정계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정치를 지향하는 듯하다.
-- 스웨덴에서는 노조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 스웨덴 노조는 교회와 같은 수준으로 신뢰받는다.
정당, 대기업, 은행보다 신뢰도가 높다.
-- 노조가 신뢰받는 이유는.
▲ 노조원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노조 간부들에게는 특권의식이 없다.
노조 위원장들은 임기를 마치면 평조합원으로 돌아간다.
노총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되는 일도 없다.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노총 간부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정부 조사위원회 같은 곳에서 일한다.
노조원의 고용세습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스웨덴 노조 조직률이 70%를 웃도는 것도 노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가족 중에 노조원 1명은 있기에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 스웨덴 노조 간부들이 특권을 갖지 않는 이유는.
▲ 정치인도 특권이 없는데, 노조 간부들이 특권을 가질 리 없다, 노조 간부의 공금유용은 상상도 못 한다.
노조 회계가 투명하기 때문이다.
--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어떤 식으로 추진해야 하나.
▲ 누군가가 시민들을 조직해서 전국적 운동으로 전개했으면 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개혁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시민단체들도 이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서서 정치문화를 바꾸는 사회운동을 전개했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도 원래는 코미디언이었다.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올곧은 소리를 하다 보니 인기가 생겼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정치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도달했고, 이것이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다.
-- 본인은 정치인 학교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 예비 정치인학교가 필요하다.
정치인을 교육해 국회에 진출시키는 기관이다.
대다수 유럽 국가에서는 정당이 그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당원 교육 과정만 두고 있다.
예비 정치인들에게 설득과 소통의 능력, 연설과 토론의 방법, 정책과 제도 등에 대해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예비 정치인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봉사해볼 생각이다.
이것도 국민운동의 일환이라고 본다.
-- 스웨덴 정치가 성공적인 이유는.
▲ 시민들의 참여와 책임, 연대 의식, 준법정신과 대안적 비판, 그리고 관용이라는 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스웨덴 정치인들의 봉사와 희생정신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 비판하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는데.
▲ 대안이 없으면 비판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대한을 갖고 비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직 발목잡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우리 사회는 시민정신이 결여돼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이 많은데, 선거에 참여하고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른 생각, 다른 조직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자유를 누리려면 상대방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준법과 법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취재지원 김수지·김민수 인턴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