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기슭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마을은 설국이자 겨울왕국
[현장] "폭설에 지붕 무너질까 봐 계속 치워야 해요…70㎝는 왔을 거요"
"쌓인 눈의 무게에 지붕이 무너질까 봐, 계속 치워야 해요.

"
대설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폭설이 계속된 21일 대관령 기슭에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마을 주민 김규환(77)씨는 삽으로 지붕의 눈을 긁어내리며 낯선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폭설로 대관령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25㎝가 넘는 적설량을 기록했지만, 대관령 기슭에 있는 이 마을에는 무릎까지 눈이 쌓였다.

도로의 눈은 어느 정도 치워졌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내린 눈으로 작은 고개를 넘으며 비탈길을 오르내릴 때는 차가 쭉쭉 미끄러져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운행이 쉽지 않았다.

마을은 두꺼운 솜이불을 덮은 듯 온통 하얀 설국이자 겨울왕국이었다.

[현장] "폭설에 지붕 무너질까 봐 계속 치워야 해요…70㎝는 왔을 거요"
마을 빈터나 집 앞, 도로변 등 곳곳에 주차된 대부분 차는 두꺼운 눈 이불을 덮고 운행을 포기한 채 하염없이 눈을 맞았다.

곧 시작될 농사에 쓰일 트랙터와 경운기 등 농기계도 눈을 뒤집어쓴 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백 년 된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에서는 가지에 쌓였던 눈이 가끔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폭포수를 연상케 했다.

김씨는 "여기는 눈이 한 70㎝는 왔을 거요.

벌써 마당의 눈을 두 번이나 치웠는데도 이렇게 무릎까지 눈이 쌓여 있는걸요"라고 말했다.

지붕에는 쌓인 눈이 마당으로 가끔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현장] "폭설에 지붕 무너질까 봐 계속 치워야 해요…70㎝는 왔을 거요"
김씨가 삽을 들어 눈을 긁어내렸지만, 지붕 위의 눈은 계속 흘러내려 마당의 눈은 쌓여만 갔다.

이번 눈은 물기를 많이 머금은 습기 있는 눈이어서 일반 눈보다 훨씬 무거워 지붕에 많은 눈이 쌓이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

4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서도 마들길과 좀 떨어져 있는 일부 독가촌이나 어르신만 사는 집에는 사람의 발자국조차 없다.

그러나 이번 폭설로 고립이 될 정도는 아니고, 불편하기 때문에 그냥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것이다.

김씨는 "이곳은 눈이 자주 오는 곳이긴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자주 폭설이 내렸다"며 "3월이면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온다"고 걱정했다.

[현장] "폭설에 지붕 무너질까 봐 계속 치워야 해요…70㎝는 왔을 거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