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첫 사례가 나왔다. 물류 스타트업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이 국내에서 복수의결권을 행사한 1호 기업이 됐다. 수년 동안 스타트업 업계의 요청으로 정부가 관련 제도를 지난해 11월 도입한 지 96일 만의 성과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이 박진수 최고경영자(CEO)에게 주당 10개 의결권이 부여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복수의결권은 회사 대표 등에게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창업주의 지분이 줄어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어렵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스타트업 대표는 이 제도를 통해 의결권 희석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누적 투자금액이 100억원 이상이고 마지막 투자 유치액이 50억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의 창업주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창업주는 마지막 투자를 받기 전까지 30%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한 최대주주여야 한다. 마지막 투자로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해야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총수의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은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국내외 41개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동화 설비와 도심형 물류센터(MFC) 등 물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시리즈A(사업화 단계) 투자 이후 박 CEO의 지분율이 30% 이상에서 28%로 낮아져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을 충족했다. 박 CEO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복수의결권 제도는 필수”라며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기반을 만들었으며 해외 진출과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CEO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얻었다. 콜로세움코퍼레이션에 투자한 한 투자사 대표는 “미국은 복수의결권 제도로 경영자가 장기 비전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도록 유도한다”며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으로 경영이 안정화되면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고 판단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다른 스타트업 5곳도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올해 투자를 받아 창업주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내려간 기업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복수의결권 제도로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투자 유치도 늘어 더 많은 기업이 해외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