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절반 이상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 전공의 55%에 달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가운데 25% 수준인 1630명만 근무지를 벗어났다. 다만 전공의들이 20일을 근무 중단 시점으로 밝혔던 만큼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이날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에게 업무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장 조사를 진행한 10곳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758명에게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렸다. 기존에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파업마다 환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정부는 또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이런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고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 대신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다.

또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현실화하며 일선 대학병원에서는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의료원 전공의 사직 관련으로 진료 지연 및 많은 혼선이 예상된다. 특수 처치 및 검사가 불가한 경우 진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문을 진료실 주변에 붙였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응급·중증 위주로 수술을 진행하고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인다.

병원들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전공의 이탈에 대응할 방침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계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라며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접수한 환자 불편 사례는 전날 오후 6시까지 34건 접수됐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의대생 집단휴학도 시작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129명이 집단으로 휴학 신청을 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집단휴학을 결정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의대생 집단휴학이 향후 의사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의과대학 교무처장들에게 휴학 요건과 처리 절차를 지켜 동맹휴학이 승인되지 않도록 학사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날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