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가 올해 들어 6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책임 분담 기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홍콩 ELS 손실액, 6000억 넘었다…금융당국, 책임분담 기준 고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에서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손실액은 6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실률은 54.2%에 달한다. 만기가 된 원금 1조1746억원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5384억원만 고객에게 상환됐다.

H지수가 12,000대까지 치솟았던 2021년 판매된 ELS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 손실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상반기 10조2000억원, 연말까지 15조4000억원의 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5500선을 밑돌고 있는 H지수 급등이 없으면 절반 가까운 7조원대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H지수 ELS 판매사 11곳(은행 5곳, 증권사 6곳)을 대상으로 2차 검사를 마무리하고 책임 분담 기준안 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앞선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손실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H지수 ELS에 투자해 1000만원의 이익을 본 투자자가 이번에 3000만원 손실을 봤다면 기존 이익인 1000만원 중 상당액을 손실액(3000만원)에서 빼는 방식이다. H지수 ELS 가입 고객의 재가입자 비율이 90%(은행 90.8%, 증권 92.3%)를 웃도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이익을 손실 산정에 반영하는 것은 금융투자상품의 수익 보장과 원금 보전을 금지(자본시장법 제55조)하고 있는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법 행위에 따른 손실 배상은 민법에 따라 가능하다”면서도 “H지수 ELS 투자로 과거에 벌어들인 이익을 손실에서 빼는 것은 법상 금지된 손실 보전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및 온라인 창구를 통해 H지수 ELS에 가입한 투자자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권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의 H지수 ELS 전체 판매 잔액 19조3000억원 중 은행권의 판매액은 82.4%인 15조9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판매액은 3조4000억원으로 크지 않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 당국이 ‘증권사 창구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는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가입 채널만으로 배상 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