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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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이 한국 세무 당국이 서울지점에 부과한 358억원의 법인세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이 자국에서 벌어들인 소득도 한국 사업장에 귀속된 것이면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중국은행이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한·중 조세조약의 해석상 원고의 거주지국인 중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 소재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이자소득에 대해 우리나라가 먼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중국은행은 2011~2015년 서울지점에서 조달한 자금을 중국 지점에 예금하거나 중국 현지 사업자에게 대여하고 이자 소득을 얻었다. 이후 중국은행은 중국 정부가 이자 소득의 10%를 원천징수했다는 이유로 해당 원천징수액을 공제해 서울지점의 법인세를 신고했다. 국내 법인세법은 우리나라에 사업장이 있는 외국법인이 외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현지에서 납부한 법인세액을 우리나라 법인세액에서 공제하는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이중 과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과세 당국 "제3국이 아닌 자국인 중국에서 납부한 세액은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할 수 없다"며 중국은행과 외국납부세액공제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다. 이에 중국은행 서울지점이 2011∼2015년 벌어들인 소득에 가산세를 더해 358억7000만원을 법인세로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중국은행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중국은행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법인세법에서 외국납부세액의 범위를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외국법인의 거주지국인 중국에 납부한 원천징수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중과세에 대한 조정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정부의 몫이라고 판단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한·중 조세조약 등을 근거로 "이중과세의 조정은 우리나라 과세당국이 먼저 외국법인의 한국 사업장에 귀속된 소득에 과세하고 난 후 거주지국인 중국이 원고에 대해 과세하면서 우리나라에 납부한 세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3국이 아닌 외국법인의 거주지국에서 발생한 소득이 우리나라 소재 사업장에 귀속될 경우 외국납부세액공제 인정 여부를 두고 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판결로 외국법인이 거주지국에서 얻은 소득이 우리나라 사업장에 귀속될 경우 우리나라에 먼저 과세권이 있고, 공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히 정리된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법인이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기준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