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야권세력 더욱 타격…우크라이나 전세, 러시아로 기울어
서방 제재도 무기력…"견제 세력 없는 푸틴, 대담해질 것"
'정적' 나발니 사망에 푸틴 자신감 증폭?…"더 무모해질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더욱 대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내 야권 세력을 사실상 말살해 정치적 입지를 안정화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얻으면서 더욱 공격적인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러시아 서부 도시 첼랴빈스크의 한 기계공장에 방문해 공장 노동자들을 칭찬하고 국영언론 기자들과 농담하며 유난히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이 밝힌 날이다.

제3 교도소는 추위 등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아 '북극의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이곳으로 이감됐다.

이를 두고 나발니 측근들은 러시아 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그를 격리하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나발니의 죽음으로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장악력이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탄압받아온 러시아 내 야권 세력은 더욱 타격을 받게 됐고, 오는 3월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또다시 6년의 임기를 연장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부터 총리직(2008~2012년)을 포함해 24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푸틴이 이번 대선으로 연장된 임기까지 마치면, 29년간 소련을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이와 함께, 대외적인 여건도 푸틴 대통령의 자신감을 더욱 증폭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근 러시아군은 점점 기세를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러시아의 점령이 현실화했다.

'정적' 나발니 사망에 푸틴 자신감 증폭?…"더 무모해질 수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한복판에 있는 아우디이우카는 도네츠크의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운 요충지로 개전 초기부터 교전이 잦았던 지역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작년 5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점령 후 적진에서 가장 큰 땅을 점하게 됐다.

가디언은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타격을 입었고, 전쟁 주도권은 푸틴 대통령에게 확고히 넘어갔다"고 짚었다.

서방국들은 경제 제재 등을 통해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시도해왔지만, 이 역시 성공적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 관계를 강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우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국의 주저하는 듯한 태도도 푸틴 대통령의 자신감을 강화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러시아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선택지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망명한 전직 러시아 외교관인 보리스 본다레프는 "푸틴 대통령이 처벌받지 않을수록 더 공격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반대 세력을 무너뜨린 푸틴 대통령은 해외의 비판자들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치명적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견제도 없이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고령의 러시아 통치자가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더 무모한 행동을 앞으로 몇 년간 보여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사회학자 그레크 이우딘은 "러시아에서는 '새벽이 되기 전 가장 어둡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건 사실이라고 본다"며 "해가 졌고, 이제 막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적' 나발니 사망에 푸틴 자신감 증폭?…"더 무모해질 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