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 CEO가 지난 5일 영국 뉴캐슬에 있는 어폰 타인 네빌 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게이츠헤드=김수현 기자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 CEO가 지난 5일 영국 뉴캐슬에 있는 어폰 타인 네빌 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게이츠헤드=김수현 기자
게이츠헤드가 몰락한 탄광촌에서 ‘예술의 도시’로 천지개벽하기까진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었다. 그중 핵심적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다. NGI는 2000년 영국 정부가 게이츠헤드와 그 인근 지역인 뉴캐슬의 도시 재생 사업을 위해 설립한 준정부기관이다. 그 지역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도시 재생 사업을 홍보하며, 기업 투자 및 관광객을 유치하는 활동을 한다.

전문가들은 게이츠헤드의 도시 재생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준정부기관의 효과적 활용’을 꼽는다.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두고 시의회와 NGI가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경직적인 정부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 영역에 전문화된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했단 이유에서다.

이달 초 영국 뉴캐슬에 있는 어폰 타인 네빌 홀에서 사라 그린 NGI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 그는 “수천억대 빌딩은 돈만 있으면 어디에나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화려한 건물들이 생겨난다고 해서 저절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진 않는다”고 했다.

그린 CEO는 이어 “특정 시설들을 공급하는 단편적인 프로젝트에서 더 나아가 그 시설에 어떠한 콘텐츠들을 채울지가 중요하다"며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이 도시의 사업을 알리고, 얼마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 CEO가 지난 5일 영국 뉴캐슬에 있는 어폰 타인 네빌 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게이츠헤드=김수현 기자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 CEO가 지난 5일 영국 뉴캐슬에 있는 어폰 타인 네빌 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게이츠헤드=김수현 기자
NGI의 성과는 최근에도 두드러진다. 2022~2023년 게이츠헤드와 뉴캐슬 지역에 33개의 신규 회사를 유치했고, 135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뉴캐슬과 게이츠헤드 의회 지원금 1파운드당 NGI가 추가로 확보하는 경제적 부가 가치는 3.06파운드에 달한다.

2022년부터는 뉴캐슬, 게이츠헤드를 포함한 7개 북동부 지방자치단체의 방문객 경제 생태계 개발을 도모하는 ‘목적지 개발 파트너십(Destination Development Partnership·DDP)’을 주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로부터 225만파운드를 지원받는 지역 관광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그린 CEO는 “우리 지역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자부심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 DDP 기간 연간 6% 성장을 달성하고, 향후 10년간 관광객 규모를 2배로 늘리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이어 그는 “DDP를 통해 2025년 신설 예정인 게이츠헤드 세이지 아레나에 주요 국제 행사, 회의 등을 유치하는 프로젝트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 CEO. NGI 제공
뉴캐슬 게이츠헤드 이니셔티브(Newcastle Gateshead Initiative·NGI) CEO. NGI 제공
변호사 출신인 그린 CEO는 영국산업연맹(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ies·CBI) 지역 이사 등을 지낸 도시 재생 전문가다. 현재는 정부 주도 관광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에게 문화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사업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가치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도시 재생 사업은 ‘숨겨진 보석’을 찾는 일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새롭게 보여주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게이츠헤드에서 볼 수 있는 예술품, 건축물들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갱도가 있던 자리에 설치된 안토니 곰리의 '북방의 천사'는 이 지역에서 200년간 수많은 석탄 광부들이 일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역사적인 상징물로 통한다. 과거 산업구조의 변화로 이 도시가 쇠락하면서 생겨난 폐건물을 활용해 만든 '발틱 현대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그린 CEO는 “우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게이츠헤드를 이미 '문화 예술로 성공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린 여전히 배고픕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고, 일자리를 얻고, 투자하도록 하는 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무슨 일은 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 먹거리가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요.”

게이츠 헤드=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