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이 '지식의 보고'로…싱가포르가 공공도서관 건설에 진심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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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는 문화전쟁 중]②도시운명 바꾼 문화예술의 힘
싱가포르 공공도서관 혁신 계획 'LAB 25'
2025년까지 '전 국민 도서관 생활권' 목표
도시 중심부 도서관 시설 개선부터
풍골지역도서관 등 외곽 지역도서관 확충까지
코로나 전보다 도서관 이용률 증가하고
'교육과 커뮤니티' 거점으로 자리매김
싱가포르 공공도서관 혁신 계획 'LAB 25'
2025년까지 '전 국민 도서관 생활권' 목표
도시 중심부 도서관 시설 개선부터
풍골지역도서관 등 외곽 지역도서관 확충까지
코로나 전보다 도서관 이용률 증가하고
'교육과 커뮤니티' 거점으로 자리매김
![지난해 4월 개관한 풍골지역도서관 입구 전경. /NLB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881586.1.jpg)
싱가포르 북동부 풍골에서 나고 자란 크자이아 청(58) 씨는 자기 고향을 두고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풍골지역도서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예전엔 농가를 관리하는 어른들이 마을의 대다수였다면, 최근에는 가족 단위 손님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차 산업이 주력이었던 풍골은 최근 신도시 프로젝트로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스포츠 스타디움과 공공주택 등이 아직 뼈대만 갖춘 상태인데도, 신도시 중심부에 지상 5층 규모의 대규모 도서관이 먼저 들어섰다. 기자를 안내하던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위원회(NLB) 관계자한테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국력은 곧 지력(知力)에서 나오지 않나. 정부 차원에서 ‘지식의 보고(寶庫)’인 도서관의 우선순위를 높게 책정한 결과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싱가포르 풍골지역도서관 내부 전경. /NLB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881605.1.jpg)
풍골지역 도서관은 이러한 ‘전 국민 도서관 생활권’ 계획의 마지막 퍼즐이다. 주롱, 템피니스, 우드랜드 등 기존 지역거점 도서관 세 곳에 이어 북동부의 시민 수요를 흡수하면서다. 역대 싱가포르 공공도서관 중 최대 크기인 1만2180㎡ 규모로 조성됐다. 지역거점 도서관은 면적 규모가 1만㎡ 이상의 대규모 도서관들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7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된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위원회(NLB) 건물 전경. 지하 1층 센트럴공공도서관이 지난 1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NLB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881597.1.jpg)
싱가포르 국민들의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NLB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싱가포르 거주자 78%가 NLB 관할 도서관을 방문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61.7%)뿐 아니라,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72%)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2021년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평한 응답자 비중도 70% 이상을 차지했다.
![싱가포르 시민들이 센트럴공공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NLB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881609.1.jpg)
싱가포르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도록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에서 만난 시민들은 “도서관을 단순히 도서 대출의 창구가 아닌, ‘교육과 커뮤니티의 허브’로 여긴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1월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센트럴공공도서관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마련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교육시설은 주말이면 긴 대기 줄로 북적였다. 해양 생태 다양성을 테마로 한 전시 공간도 신설했다. 풍골지역도서관은 3D프린팅, 로봇 공학 등 기술 체험 공간뿐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 지원 센터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싱가포르 시민들이 풍골지역도서관 내 자료검색대를 이용하고 있다. /NLB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01.35881658.1.jpg)
공공도서관과 국민독서에 관한 정책적 노력이 국민의 전반적인 지력 향상으로도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조사에서 싱가포르가 읽기·수학·과학 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만 15세 이상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3년마다 평가하는 척도다. 한국은 같은 기간 부문별로 2~12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