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를 맞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용 윤활유와 특성이 다른 만큼 별도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커지는 전기차 윤활유 시장…SK엔무브 "판매 50% 늘릴 것"
한 발 앞선 곳은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전기차 전용 윤활유를 720만L가량 판매했다. 제품을 처음 만든 2013년 10만L에서 10년간 72배 늘었다. 올해는 전년보다 판매량을 50%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올해 윤활유 시장 성장 예상치인 28.8%(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보다 높다. SK엔무브 관계자는 “해외 업체와 협업해 개발한 첨가제와 직접 만든 성능 강화제로 효율을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며 “해외 거점별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전기차 전용 윤활유 시장 점유율은 20%로 추산된다.

GS칼텍스는 2021년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EV’를 출시했고, 냉각용으로 쓸 수 있는 윤활유를 개발하기 위해 배터리, 자동차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1년 ‘세븐 EV’ 브랜드를,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현대엑스티어 EVF’를 내놓으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엔 7000~1만㎞ 주행할 때마다 윤활유를 교환해야 하지만, 전기차 윤활유의 교체 주기는 10만㎞에 이른다. 대신 가격은 20% 정도 높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배터리 효율을 끌어올려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신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대가 오면 전체 차량용 윤활유 시장은 대폭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며 “정유사들은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마저 놓치면 사실상 윤활유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고 설명했다.

정유사가 전기차용 윤활유에 이어 주목하는 아이템은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냉각용 특수 윤활유다. 인공지능(AI)과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들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