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 도중 "생색 말라·부자감세 철회" 소리치다 경호 요원에 끌려 나가
대통령실 "공적업무방해 현행범, 규정 따라 적법 법집행…순수행사도 정략적 이용"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졸업생으로 참석…경찰서 연행된 상황"
尹에 고함친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퇴장…현직 정의당 대변인 신분(종합)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16일 학위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지른 한 졸업생이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카이스트 2024년 학위 수여식장에서 축사하는 가운데 카이스트 졸업생인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윤 대통령이 선 곳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축사 중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하자 "생색내지 말고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변인은 이어 'R&D 예산 복구하라, 부자 감세 철회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한 항의 메시지로 보인다.

학위 수여식 현장에 있던 사복 경호원들은 신 대변인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신 대변인은 경찰에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이 의도적으로 경호 검색을 피해 천으로 된 정치 슬로건을 숨겨 현장에 들어왔고, 경호처의 구두 경고에도 불응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바쁜 일정에도 특별히 과학기술계를 독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학위 수여식에 간 것"이라며 "순수한 행사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보당, 녹색정의당 등 이념을 가진 정당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하는 것 같은데, 순수한 자리를 정치로 얼룩지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호법 등 관련 법규상 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대학 측에도 졸업식 행사의 업무 방해이고, 대통령 축사라는 공적 업무를 방해한 현행범이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적법한 법 집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경호처 경호 요원들에 의해 퇴장당한 바 있다.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현장에 있던 사복 경호원들은 어떠한 물리적 행동도 취하지 않은 신 대변인을 지하에 무단 감금하고 경찰에 신원을 넘겼다"며 "이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 이후 두 번째 있는 대통령 경호실의 과잉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김 상임대표는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마저 폭력 연행으로 대응하는 윤석열 대통령실의 행태는 민주주의 퇴행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신 대변인의 즉각적인 석방과 대통령 경호실의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