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티웨이항공
사진=티웨이항공
"‘반쪽짜리 직항’인데다 가격은 대형항공사 수준이네요."

5월부터 인천~자그레브 노선에 새로 취항하는 티웨이항공이 지난 14일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는 처음 운행하는 유럽 노선이어서 관심이 뜨거웠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소비자 기대와는 이야기가 달랐다. 예상보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올 6월 크로아티아 여행을 앞두고 티웨이항공 취항을 기다렸다는 송모씨는 “막상 비교를 해보니 독일 대형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경유편 가격이 티웨이항공보다 2만~4만원 정도 더 저렴했다”며 “LCC의 유일한 메리트인 가격 경쟁력이 없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티웨이항공이 책정한 가격은 스마트 운임 기준 편도 58만1000원, 왕복으로는 110만원 안팎이다. 유럽 대형항공사의 경유편이 100~110만원대인 것과 견주면 가격이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다.

비행 시간도 짧지 않다. 티웨이항공의 자그레브 출발편은 키르기기스탄 비슈케크 공항을 경유한다. 이 항공사가 보유한 중거리용 A330-300 항공기로는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면서 자그레브까지 한 번에 갈 수 없어 중간 급유가 필요하다. 약 1시간 기름을 채우는 동안 승객은 비행기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 총 소요시간은 15시간20분.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럽 대형항공사 경유편과 차이가 1~2시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티웨이항공이 급하게 자그레브 노선을 띄운 건 더 이상 취항을 미룰 수 없어서다. 티웨이항공은 2020년 5월 자그레브 노선 운수권을 땄다. 지금보다 더 운항을 늦췄다간 운수권 자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티웨이항공으로선 하루라도 빨리 유럽 노선 운항 경험을 쌓을 필요도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반납하기로 한 유럽 4개 노선의 대체 항공사로 지정됐다. 유럽 경쟁당국의 조건에 따라 6월부터 4개 도시 취항을 시작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 운항을 위한 장거리 기재와 수익성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지만 일단 ‘띄우고 보자’는 의지인 것 같다”며 “변수가 많은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