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속 7년 만에 해 넘겨 인사…2020년 이후 최소폭 임원 승진

CJ그룹이 실적 저조 속에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CEO를 교체하는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16일 단행했다.

임원(경영리더) 승진은 19명으로 2020년 이후 최소폭이다.

CJ는 CJ제일제당 대표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를 내정했다.

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3년여만에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한다.

CJ대한통운 대표에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오른다.

통상 11∼12월에 있던 CJ그룹의 임원 인사가 해를 넘긴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재현 회장이 실적 부진 속에 사업 방향을 세우고 적임자를 찾는데 장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지난해 11월 '온리원 재건 전략회의'에서 그룹 성장이 정체돼 있다면서 '절실함'을 강조한 이후 2026년까지 3년간 시행할 중기 사업계획을 세워왔다.

CJ제일제당 대표에 강신호 복귀…대한통운 대표에 신영수(종합2보)
그룹의 주력인 CJ제일제당 수장을 맡는 강신호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처음이다.

강 대표는 2020년 말부터 CJ대한통운을 이끌었으며 주요 사업부문의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4천80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는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CJ그룹 인사팀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CJ대한통운 대표를 맡기 전에는 1년간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CJ대한통운 신임 대표이사에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취임한다.

신 대표는 신규 브랜드 '오네(O-NE)'를 론칭하는 등 택배·이커머스 부문에서 미래형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CJ제일제당 대표에 강신호 복귀…대한통운 대표에 신영수(종합2보)
이재현 회장이 장고 끝에 내린 인사는 폭은 크지 않았다.

안정 속에 쇄신을 꾀하는 데 방점을 둔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CJ프레시웨이 정성필 대표와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CJ푸드빌 김찬호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구창근 CJ ENM 대표와 허민회 CJ CGV 대표도 유임됐다.

CJ ENM은 작년 연결 기준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CGV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임원)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1년 전 인사에서는 신임 경영리더가 44명 나왔는데 실적 부진 영향으로 올해는 절반 넘게 줄었다.

지난 1월 이재현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를 격려한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신임 경영리더가 각각 6명, 4명이 나왔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CJ제일제당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3명에 그쳤다.

이번 인사에서는 1980년대생 2명(CJ올리브영), 1990년생 1명(CJ CGV) 등 젊은 임원들도 탄생했다.

이 회장의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은 없었다.

이경후 실장은 CJ ENM에서 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를 겸직하게 됐다.

CJ 관계자는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 인사"라며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성장을 고려해 2020년(19명) 이후 최소폭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