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계자, 北 겨냥해 "역사의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줘"
"尹대통령, 협의 진행 상황 소상히 보고받아…美측에 발표 전 통보"
[한·쿠바 수교] 대통령실 "對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北에 상당 타격"(종합)
대통령실은 15일 우리나라와 쿠바 간 외교관계 수립에 대해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수교가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갈수록 심화하는 반면 우리나라 외교 지평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중남미의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다.

이를 통해 대(對) 중남미 외교,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여개 국과 수교를 하고 있고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하바나에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 거점국 중 하나다.

비동맹 운영과 제3세계 외교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쿠바 수교는 한국 외교의 숙원이자 과제였다"며 "이번 수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의 긴밀한 협업과 다각적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쿠바와 수교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고 밝혔다.

지난해만 해도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차례 접촉하는 등 적극적인 교섭 노력을 펴는 한편, 쿠바에서 각종 재난·재해 발생 시 적극적인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비정치 분야 교류도 활성화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수교 협의 과정에서 양국 정상 간 교감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국교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상 간 교감이나 교섭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실무진, 또는 외교부 장관 레벨에서 접촉이 있었고 대통령은 진행 상황은 소상히 보고받고 있었다.

연휴 기간에 최종 합의가 돼 저희가 전화로 보고드렸다"고 전했다.

쿠바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 측에는 발표 전 수교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 고위 관계자는 특히 쿠바가 그간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린 점도 거론하며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1986년 3월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맺은 친선·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두 나라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는 "쿠바는 북한과 아주 오랫동안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우방국"이라며 "그동안 수교 문제에 대해 쿠바가 한류라든지,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 관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쿠바와 정치·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문화 교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쿠바를 찾는 우리나라 국민에 대해서도 더 면밀한 영사 조력에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쿠바를 찾는 우리 국민은 연간 1만4천여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