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밥그릇 챙기기'에 플랜트 현장 만성 인력난…"숨통 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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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시설 규제 풀려
17년전 만들어진 황당 규제
"일할 사람 좀" 공사현장 아우성
17년전 만들어진 황당 규제
"일할 사람 좀" 공사현장 아우성

시공사 관계자는 “하루 최대 6만 명을 투입하는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이 건설 인력의 ‘블랙홀’이 된 탓에 울산 같은 지방에선 사람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일반 건설현장이나 조선업계와 달리 플랜트업계만 외국인력 채용을 막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석유화학, 철강, 발전소 등 플랜트업계에 외국 인력 채용을 허용키로 한 배경이다.
○52조원 플랜트 건설 현장 ‘숨통’

플랜트업계는 이들 사업장에 용접과 배관 업무 등을 보조해줄 단순 업무에 한해 외국인 채용을 허용해 달라고 호소한다. 3~5명의 용접 전문가로 구성하는 기능인력팀마다 1~2명의 외국인만 붙여줘도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 용량 체크나 청소, 간식 배달, 화재 관리 등 허드렛일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며 “어차피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인 만큼 일자리 간섭도 없다”고 했다.
외국인을 채용하면 인건비도 상당폭 줄일 수 있다. 플랜트 현장 인력은 대개 숙련공과 일반공, 안전관리자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일당은 숙련도에 따라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5만~25만원 정도다. 일반 건설업계에서 단순 업무를 하는 외국인의 일당은 10만원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에 따라 한국인이 해온 단순 업무를 외국인에게 맡기면 30% 정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조선업과 형평성을 맞춘 측면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조선업에 한해 특별 비전문 취업(E-9) 비자 쿼터제를 도입해 5000명을 추가 배정했다. 그 덕분에 모두 1만4359명의 외국인이 국내 조선소에 투입됐다.
○국가 보안시설 기준 달라질까
정부는 이참에 국가 보안시설 제정 기준을 새로 손보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석유화학, 제철, 발전 기업은 국내에선 외국인을 못 쓰지만 해외 사업장에선 아무런 제약 없이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며 “똑같은 시설이란 점에서 국내 사업장만 국가 보안시설로 묶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따지고 보면 2007년 석유화학과 제철, 발전 업종을 국가 보안시설로 분류한 것도 국가안보나 기술 유출이 이유가 아니었다고 플랜트업계는 설명한다. 2004년 외국인 고용을 위한 산업연수생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석유화학은 ‘외국인 채용 가능’ 분야였다. 하지만 2007년 산업연수생 제도 대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입김이 반영돼 ‘외국인 채용 불가’ 업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노조가 펼친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국가안보를 위해 석유화학 분야는 외국인 고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였다”며 “발전과 제철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국가 보안 시설이 됐다”고 말했다.
오치돈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 노무직을 맡은 외국 인력이 기술을 빼간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장에 수많은 외국인이 일하지만 기술이 유출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