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를 찾아 유가증권시장으로 쏠렸던 투자금이 정보기술(IT) 바이오 업종의 성장주로 돌아오고 있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코스닥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장 기대가 높은 코스닥 반도체, 바이오주 등에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석 달 만에 나흘 연속 상승

엔켐 한달새 3배↑…코스닥 성장주 귀환
코스닥지수는 14일 0.96% 상승한 853.30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흘 연속 오름세를 탔다. 올해 들어 약세를 이어가며 이달 초 798.73까지 떨어진 코스닥지수가 탄력적으로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악재에 1.10%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개인투자자가 다시 시장에 몰려들면서 새로운 주도주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들은 주로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관련주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차전지 소재주인 엔켐이다. 개인은 최근 1개월(1월 12일~2월 14일) 사이 엔켐을 2164억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 1위다. 엔켐 주가는 한 달 사이 9만원대에서 27만원대로 뛰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5위로 올라섰다. 에코프로비엠(898억원), 알테오젠(841억원), 두산테스나(443억원) 등도 개인이 주로 사들인 종목이다.

기관들은 한 달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1조297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일부 반도체·바이오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기관이 순매수한 코스닥 종목 상위 10개 중 반도체 관련주가 4개, 바이오주가 3개였다. 반도체 관련주 중에서는 피에스케이홀딩스를 274억원, GST를 221억원, 오픈엣지테크놀로지를 151억원어치 사들였다. 바이오주 중에서는 알테오젠(178억원), 셀트리온제약(133억원), HLB(118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반도체 장비회사 HPSP는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사흘 동안 40% 급등하기도 했다. HPSP는 시총 5조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시총 4위로 올라섰다.

○“저PBR주 너무 올라” 교체 매매 활발

지난달부터 유가증권시장 저PBR 업종이 최근 정부 정책에 발맞춰 급격히 오르면서 외면됐던 성장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들이 저PBR주에 대한 차익을 실현하고 성장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6조163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2조86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가 돌아선 것이다.

개인은 현대차(1조7698억원), SK하이닉스(4221억원), 기아(3401억원), 삼성전자우(3353억원), 삼성물산(3264억원), 삼성전자(2837억원), KB금융(2459억원), SK스퀘어(1865억원), 한미반도체(1762억원), 삼성생명(1707억원) 등을 주로 팔았다. 삼성전자를 빼면 모두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PBR 장세 출현 후 몇몇 저평가 주식은 사실상 고평가 주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은행, 자동차 등 저PBR 업종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저PBR주 차익 실현 이후 수급이 비었던 코스닥 정보기술(IT) 종목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반도체와 IT 업종이 코스닥지수 상승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윤아영/배태웅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