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최재천의 곤충사회' 출간…'공생' 중요성 강조
기초과학 지원 필요성 언급…정부의 기후정책도 지적
최재천 교수 "손잡지 않고 생존한 생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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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밖에 없습니다.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쓴 신간 '최재천의 곤충사회'에 나오는 말이다.

최 교수는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공생과 생태적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책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곤충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강연과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에세이다.

자연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할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일들"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소개한다.

최재천 교수 "손잡지 않고 생존한 생물은 없다"
최 교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인간과 비슷한 동물로 개미를 꼽는다.

이들이 때로 여러 종이 "서로 조율하면서 함께 진화"하고 때로는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치열한 정쟁을 벌인다는 점에서다.

인간과 견줘서 개미는 더욱 이타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기꺼이 희생하며 조직 사회를 꾸리는 일개미, 보초를 서는 거북이 개미 등 다양한 곤충들의 희생을 조명하며 이들의 삶을 "열심히 베껴" 연구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최재천 교수 "손잡지 않고 생존한 생물은 없다"
그는 책에서 '과연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화두도 던진다.

이와 관련해 현재로선 암울한 전망만이 나돌 뿐이다.

최 교수는 지구의 기반인 식물계가 무너지고 "드디어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또한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의 생물다양성 절반 정도가" 사라지리라는 과학계의 예측도 소개한다.

생물다양성이 고갈되는 지금, 생물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를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대멸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차례의 멸종이 동물에 국한돼 일어났다면, 이번 위기는 동물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종수도 많은 식물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최재천 교수 "손잡지 않고 생존한 생물은 없다"
아울러 최 교수는 지금 당장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공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공생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인류는)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최 교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기초과학 지원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또한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기초를 다지는 연구이다 보니까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기초과학연구 분야도 단기간의 성과를 제출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열림원. 28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