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청 등 관계기관도 책임져야"…현장소장 임시제방 부실 축조도 부인
'무단철거 VS 설계대로'…오송참사 제방 철거 과정 쟁점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제1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제방 무단 철거 및 부실 축조 의혹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기존 미호천교 아래 제방이 무단으로 철거됐다고 주장했으나, 제방 철거 및 축조 책임을 진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측은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맞서 제방 철거 과정 등이 향후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정우혁 판사)은 14일 업무상과실 치사 등으로 구속기소 된 현장소장 A씨와 감리단장 B씨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고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했다.

이들은 도로(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측 변호인은 "시공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절개했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

제방 철거 공사는 대전국토관리청, 금강환경유역청과 충분히 합의해 진행했다"며 "금강환경유역청은 임시제방을 충실하게 축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 이는 해당 기관이 기존 제방의 절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받은 B씨도 기존 제방 무단 철거와 관련한 책임을 오롯이 질 수 없다고 밝혔다.

B씨 측 변호인은 "시공사와 감리단은 발주청에서 제공한 설계 도면에 따라 기존 제방을 절개한 것"이라며 "따라서 관련 책임은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설계사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시제방 부실시공과 관련, 감리단장은 책임을 인정했지만, 현장소장은 부인했다.

A씨 측은 "도로 확장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 등 여러 시공상의 악조건을 딛고 임시제방을 최선을 다해 쌓았다"며 "아무리 견고하게 제방을 축조했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호우로 인해 월류가 발생하면 제방 붕괴는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A씨 등이 집중호우로 임시제방이 붕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참사 발생 전부터 인지했다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검찰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증거 조작을 공모했다는 통화 녹취록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A씨의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진행된다.

한편 검찰은 행복청 공무원 등 책임자 5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기소자들 사건과 이 사건 재판이 병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졌다.

국무조정실은 사고 13일 후 발표한 감찰 조사 결과에서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국무조정실로부터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등 7개 기관 36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은 이후 수사본부를 구성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 200여명을 불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