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단행동 자제 촉구…경실련·간호協, '밥그릇 지키기' 의료계 비판
의대생들, '수업거부' 논의했으나 공식발표 없어…의협, 17일 투쟁방안 결정
전공의 '사직서 제출' 사례도…前의협 회장, SNS에 익명 전문의 사직서 올리기도
의대증원 갈등 고조…"의료인 본분 지켜라" vs "반드시 막겠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14일 정부와 시민단체, 간호계가 한목소리로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의료계를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대위 출범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을 반드시 막겠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집단행동을 논의했던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 단체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대증원 갈등 고조…"의료인 본분 지켜라" vs "반드시 막겠다"
◇ 복지부, 의대생에 "학업 힘써달라"…시민단체 "불법파업, 후안무치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학업과 수련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각각 집단 휴진·사직, 집단 휴학·수업거부 등 집단행동 움직임이 있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는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가족을 향해 "의사가 되기까지 가족이 견뎌 온 인내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에 동요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자녀, 배우자 또는 형제 ·자매가 환자의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배 의사들인 의협 전직 관계자들에게는 "집단행동을 부추기지 말고, 폭력적 발언을 멈춰달라"며 "잘못된 사실이나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는 행위, 공무원이나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전문가분들에게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힘줘 말했다.

시민단체, 의료계의 다른 직역인 간호사 단체 등의 비판 목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대통령긴급명령을 발동해 진료보조(PA) 간호사에 수술보조 허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의사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 양성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에서 1만명 이상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PA 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및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의 역할을 하며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

경실련은 "의료계가 또다시 불법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그동안 군림해 온 '의사공화국'에서 주권 행사에 여념이 없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을 대리해 부여한 진료독점권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어떤 순간에도 국민들을 지키는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국민의 편에 서서 의대 증원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간협은 "의료인의 제1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이고, 의사단체는 의료인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화재 현장을 떠나는 소방관, 범죄 현장을 떠나는 경찰관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의대증원 갈등 고조…"의료인 본분 지켜라" vs "반드시 막겠다"
◇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 '보류'…일부선 사직서 제출 움직임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 단체는 12일과 13일 각각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집단행동을 추진할지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12일 저녁부터 밤새 장시간 회의를 했던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고만 짧게 밝히고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3일 밤에서야 박단 회장 등의 SNS를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천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시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전날 저녁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회의를 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초 회의에서 '집단 휴학'을 결의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는 강도가 약한 '집단 수업거부'가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과와 관련해 의사, 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대협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는 글과,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글이 함께 나오고 있다.

의대협은 15일 논의 결과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차원은 아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전날 한 종합병원 인턴은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며 "이 영상을 보고, 제가 집단행동을 선도한다고 생각하면 제 면허를 가져가도 좋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차관은 "개별적인 사직서 제출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으므로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따라야 한다"며 "수련 규칙상 1개월 전에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계약 갱신 기간이 2월 말∼3월 초이므로 미계약 의사를 표시할 기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또 "사직서 제출이 아닌 인턴 기간 뒤 레지던트 계약을 하지 않는 투쟁 방식도 집단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고 불이익이 크므로 재고해 달라"며 강조했다.

이날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SNS에 이름이 가려진 한 신경외과 의사의 사직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진에 있는 사직서에는 "필수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접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던 의사로서의 자긍심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환자들로부터 감사와 존경은 고사하고 비난과 질시를 감내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의료계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고 적혔다.

의대증원 갈등 고조…"의료인 본분 지켜라" vs "반드시 막겠다"
◇ 의협 비대위, 이번 주말 투쟁 로드맵 결정…"대국민 적극 홍보"
의협 비대위는 이날 비대위 전환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을 저지하고자 지난 7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의협은 16일까지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한 뒤 17일 1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로드맵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15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의협은 정부가 지난 6일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의협이 내세웠던 의대 증원 반대 논리를 되풀이하면서 의대 증원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부족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천명 증원으로)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의료비 부담 증가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의대 2천명 증원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라며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부에서 TV 토론을 수락하면 당연히 하겠다.

다만 시점상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며 공개토론 가능성은 열어놨다.

의대증원 갈등 고조…"의료인 본분 지켜라" vs "반드시 막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