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라일리, 경기 중 하키채로 상대 선수 얼굴 밀어
빈 골대 강슛했다고 '퍽'…불문율로 일어난 NHL '온타리오 전투'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가장 과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마스크를 벗은 채, 장비 없이 맨손으로만'이라는 주먹다짐 규정까지 정해놓았을 정도다.

그러나 하키채를 들고 싸우는 건 엄격하게 금지된다.

가볍게는 벌금만 물고 지나갈 수 있지만, 심할 때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AP통신은 13일(한국시간)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의 수비수 모건 라일리가 오타와 세너터스 포워드 리들리 그레그를 가격했다는 이유로 NHL 사무국 청문회에 출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 중에 일어난 반칙 행위로 사무국 청문회에 소환되는 건 최소 6경기 이상 출장 정지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걸 의미한다.

라일리는 지난 11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캐나디언 타이어 센터에서 열린 오타와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하키채를 양손에 들고 그레그의 얼굴을 밀쳤다.

아이스하키 인기가 뜨거운 캐나다에서 토론토와 오타와의 경기는 '온타리오 전투'(Battle of Ontario)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라이벌전이다.

빈 골대 강슛했다고 '퍽'…불문율로 일어난 NHL '온타리오 전투'
사건의 발단은 '빈 골대에 강하게 넣는 걸 자제한다'는 불문율에서 비롯됐다.

3피리어드 막판까지 3-4로 끌려갔던 토론토는 골리를 빼고 필드 선수를 한 명 더 투입하는 '엠티 넷 골'(Empty net goal) 작전을 펼쳤다.

이 작전은 아예 골대를 비워놓기 때문에 상대편 선수에게 퍽을 빼앗기면 곧바로 골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동료로부터 공을 전달받은 오타와 그레그는 혼자 유유히 빙판을 달린 뒤 텅 빈 토론토 골대를 슬랩 샷으로 출렁였다.

슬랩 샷은 하키채를 어깨 위로 들어 올려 가장 강력하게 치는 공격을 뜻한다.

엠티 넷 골 상황에서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가볍게 툭 쳐서 넣는 게 불문율인데, 그레그가 이를 어긴 것이다.

바로 뒤에서 지켜본 라일리는 하키채를 가로로 들어 올린 뒤 그레그의 얼굴 부근을 가격했다.

양 팀 선수는 빙판에서 뒤엉킨 채 몸싸움을 벌였고, 그 순간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려 오타와의 5-3 승리로 끝났다.

빈 골대 강슛했다고 '퍽'…불문율로 일어난 NHL '온타리오 전투'
토론토 선수들은 '라일리가 안 했으면 자신이 때렸을 것'이라며 라일리를 감싸고 있다.

토론토 부주장 오스턴 매슈는 "분명히 대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일리는 결코 악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라며 "(그레그가) 거기까지 내려가서 그렇게 넣는 게 꼭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타와 선수 가운데서도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그레그의 행동에 즐거워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레그는 과거 NHL에서 뛰었던 마크 그레그의 아들로 올해 리그에 데뷔한 신인 선수다.

선수 사이에서는 프로 11년 차 라일리가 '겁 없는 신인' 그레그를 혼쭐냈다는 시선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불문율을 어겼다 하더라도, 하키채로 때린 건 잘못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자크 마틴 오타와 감독은 "그건 하키 경기가 아니다.

(경기에서 패했다는) 좌절감에 그렇게 행동했는지 몰라도, 경기의 일부라고 감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웹사이트 '레딧'의 한 하키 팬이 올린 "농구에서 빈 골대에 덩크슛하는 게 문제가 되는가.

야구 역시 배트 플립을 허용하는 분위기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시물은 팬들 사이에서 지지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