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업무관리 영역에서 사업을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협업툴 서비스가 휘청이고 있다. 고객사 확대를 중단하고 기존 서비스만 겨우 유지하거나 시장에서 아예 철수하는 회사들도 생겼다.

설 자리 없는 ‘K협업툴’

MS 협업툴 '팀즈' 공세…백기 드는 한국 기업들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이스트소프트는 인공지능(AI) 아바타 제작 서비스인 ‘페르소’를 MS의 협업툴 ‘팀즈’에 탑재하기 위한 테스트를 마쳤다고 13일 발표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자체 협업툴 서비스인 ‘팀업’을 8년간 운영해온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팀업 서비스를 완전히 접었다. 대신 하루 활성 사용자 수(DAU)가 3억 명에 달하는 팀즈와 협업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팀업 종료 결정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요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를 줄이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스트소프트는 협업툴 사업을 접으면서 생긴 자원을 AI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변계풍 이스트소프트 AI사업본부 본부장은 “MS의 협조를 끌어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협업툴 스타트업인 콜라비팀은 지난해 10월 창업 9년 만에 대표 서비스 콜라비를 종료했다. 코로나19 때 이용자를 늘리며 주목받았지만 엔데믹 후 자금난을 겪다가 결국 서비스를 닫았다.

카카오의 협업툴 카카오워크는 비주력 사업부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물적분할된 KEP로 최근 갈라져 나왔다. 다음달 1일 카카오의 개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에 흡수합병된다.

“MS와 싸우는 대신 협력해야”

MS 팀즈,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빅테크들의 공세가 강해지면서 토종 업체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워드와 엑셀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 패키지 구독 상품인 MS365(오피스365)에 팀즈를 묶어 팔고 있다. 미국 협업툴 회사인 슬랙이 MS의 패키지 판매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제기하자 MS는 유럽 지역에 한해 팀즈 판매를 분리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다. 오픈AI의 GPT4를 활용한 ‘MS 코파일럿’이 적용된 것도 팀즈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협업툴 회사들이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할 게 아니라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별 특성이 뚜렷한 인사관리(HR) 영역과 달리 협업툴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시장에만 강점이 있는 국내 서비스가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협업툴 스타트업 스윗테크놀로지스의 이주환 대표는 “빅테크들이 공략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은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업계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며 “MS나 구글과 싸울 게 아니라 협력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