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돌잔치 공간 대여해드립니다. 가격은 200만원, 평점 5.0, 리뷰 194개.’

네이버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평점 5점의 강원 양양군 한 카페 리뷰가 수백 개 올라와 있다. 이는 ‘리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최근 수개월 동안 조작한 것들이다. 네이버 리뷰를 조작하는 아르바이트에 가담했다가 수십만~수천만원을 물린 피해자가 속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달서경찰서는 공간대여 업체 대표 김모씨를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씨는 제품 리뷰를 허위로 작성해주면 구매 금액과 리뷰 아르바이트 비용을 지급한다고 사람을 모은 뒤 원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악된 피해자는 80명에 달하며, 피해 규모는 총 2억원가량이다.

김씨는 양양군에서 930㎡ 규모의 공간대여 카페를 운영했다. 웨딩, 환갑 및 돌잔치 용도로 공간을 빌려주고, 회당 50만~2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작년 초부터 네이버 온라인 쇼핑몰에서 홍보를 위해 ‘가짜 구매’ 참여자를 모집했다. 우선 서비스를 구매하고 리뷰를 달면 50만~200만원의 공간 대여 비용에 회당 5000~4만원의 리뷰 아르바이트비를 더해 돌려주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실제 공간을 사용하지 않았다. 네이버 쇼핑 정책에 따라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리뷰를 달 수 없기에 고안해낸 꼼수다.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아르바이트 참여자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은 물론 서비스 구매대금마저 돌려주지 않고 있다. 피해자 이모씨는 “아이디 10여 개를 동원해 리뷰를 작성했다”며 “김씨에게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8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아르바이트생이 구매한 대금으로 이전 아르바이트 참여자의 제품 구매비와 리뷰 대가를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 형태로 사업을 운영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현재 후속 구매자가 모집되지 않아 대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빈 박스 마케팅’이 진화한 형태로 보고 있다. 빈 박스 마케팅이란 온라인 쇼핑몰에 적발되지 않으려 물건을 넣지 않은 빈 박스만 소비자에게 보낸 뒤 리뷰를 달게 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공간대여 사업 특성상 물건을 따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해 리뷰를 조작할 수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검색 엔진의 틈새를 계속 찾아내 온라인 쇼핑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