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무임승차론 넘어 러에 '유럽 공격 부추긴다' 논란
재선시 '자국 우선주의' 방위비분담 압박 한층 거세질듯
대외원조 두고도 "대출 아닌 공짜는 안된다" 원칙 제시
트럼프 "나토국, 국방비 안 내면 러시아 맘대로 하게 격려할 터"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나토의 한 동맹국 원수와의 나토 회의 중 대화를 언급하며 동맹국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큰 나라의 대통령들(presidents)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나는 '당신은 돈 내지 않았으니 채무불이행이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니다.

난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네는 당신네가 갚아야 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당시 자신의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집권 1기 때 그가 보여준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특히 상대국이 미국의 국방력에 무임으로 승차한다는 재임기 주장을 넘어 적대적 국가의 무력사용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이를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안보 체제를 조직 운영의 근간으로 삼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에 이 같은 미국의 대응 의무를 담은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약속을 공언하지 않아 나토를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토 동맹국들은 2024년까지 각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2014년에 약속했으나 30개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약속은 자발적 의지 표명의 성격이 강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채무로 규정하고 2% 기준에 미달하는 국가에 빚을 갚으라는 식의 압박을 가해왔다.

그는 재임기에 유럽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미국보다 낮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나토 탈퇴'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나다와 유럽국들로 구성된 나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압박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유세에서도 미국이 공격당해도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재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나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지만 이날 발언이 가장 극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에 공격을 격려할 수 있다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을 촉구하고 혼란을 조장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 이익을 옹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도 타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문자로만 구성된 문장으로 "공짜가 아닌 대출 형태가 아닌 이상 어떤 나라에도 대외 원조 자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