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을 비롯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야가 반복한 구호가 있다.

여당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해왔고,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민심을 파고들곤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당 지지율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로 대통령 지지율을 꼽곤 한다.

대체로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여당 선거에 도움이 되고, 낮을 경우 야당이 내세운 심판론에 민심이 호응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 선거가 있는가 하면 탄핵 사태와 집권 여당의 대통령 차별화 전략, 여야의 공천 쇄신 또는 내홍, '막말' 돌발 변수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때도 있었다.

2000년 이후 5차례 총선과 역대 대통령 지지율 함수관계는
◇ 尹정부 출범 2년 지나 치르는 22대 총선…가장 근접한 사례는 16대 총선
2000년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 총선 중 정부 출범 이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번 22대 총선에 가장 근접한 사례는 2000년 16대 총선이다.

22대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거의 2년이 되는 시점에 치러진다.

16대 총선은 김대중(DJ) 정부가 출범하고 2년 2개월 뒤에 실시됐다.

두 총선 모두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기에 앞서 정부 출범 2년 전후 시기의 전국 단위 선거로,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에도 들어맞는다.

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16대 총선 직전인 2000년 1분기 DJ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49%(이하 역대 대통령 지지율은 갤럽 기준)였으나 선거 결과는 야당의 승리였다.

당시 DJ 정부는 선거 3일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까지 발표했으나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원내 1당이 됐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여기에 못 미친 115석이었다.

◇ 17대 총선 결정지은 盧 탄핵…18대 총선은 MB정부 출범 기대감 반영
정부 출범 초기에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과 2008년 18대 총선에선 여당이 과반 승리를 거뒀으나 대통령 지지율 양상은 달랐다.

17대 총선 시점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년 2개월 뒤였다.

선거를 앞둔 2004년 1분기 노 대통령 지지율은 25%에 불과했다.

2003년 9월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등 여권의 난맥상과 노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설화 문제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해 3월 국회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면서 야당에 거센 민심의 역풍이 불었다.

당시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적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4월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정당이 됐다.

탄핵 정국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 결정적 변수가 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새천년민주당에서 탈당한 친노(친노무현) 개혁파가 창당한 정당이다.

노 대통령은 분당 사태 당시 민주당을 탈당했고. 총선 한달 뒤이자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한 직후인 2004년 5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18대 총선은 갓 출범한 이명박(MB)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선거였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불과 2개월 차에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2008년 1분기 이 대통령 지지율은 52%였다.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153석 과반을 차지했고,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5차례 총선과 역대 대통령 지지율 함수관계는
◇ 대통령 지지율 낮았던 MB정부 말기 19대 총선…박근혜의 여당, 과반 승리
역대 정부의 집권 중·후반기에 치러진 총선들도 대통령 지지율과 선거 결과는 양상이 달랐다.

MB 정부 출범 4년 2개월 뒤에 실시된 2012년 19대 총선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례였다.

2012년 1분기 이 대통령 지지율은 25%였으나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시 미래 권력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앞세워 MB 정부와 차별화에 나섰다.

반면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정권 심판론으로 유리한 고지에 선 듯 했으나 선거 기간 당시 '나꼼수' 패널로 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된 김용민 씨의 노인폄하 발언 등 '막말' 논란이 돌발 악재가 됐다.

결과는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1당을 차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당시 통합진보당과의 선거 연대 이슈가 중도층 지지자에게 준 영향도 있겠지만, 그래도 '김용민 공천'이 결정적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선거 내내 그 이슈에 끌려다녔다"고 말했다.

◇ '보수 콘크리트' 朴정부 20대 총선…공천 '옥새 파동'에 여당 패배
2016년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 출범 3년 2개월 뒤에 실시됐다.

그해 1분기 박 대통령 지지율은 40%였다.

당시 선거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기 6개월 전이었고, 박 대통령의 이른바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도 나름 견고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진박(진짜 친박근혜) 감별' 논란, '옥새 파동' 등 집권 여당의 공천 내홍 사태가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22석에 그쳤고,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를 지휘하며 새 인물을 영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새누리당은 공천 기간에 잡음이 끊이지 않아 여권 전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으로 번졌다"고 회상했다.

2000년 이후 5차례 총선과 역대 대통령 지지율 함수관계는
◇ 文 지지율 고공행진에 21대 총선서 여당 180석 압승
2020년 21대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야당의 심판론을 무력화한 선거였다.

21대 총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11개월 뒤에 치러졌고, 2020년 1분기 문 대통령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응 호평 등에 힘입어 61%를 기록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을 더해 180석으로 압승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위성정당을 합쳐 103석 참패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9%였다.

이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5.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7%였다.

NBS 조사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KBS 신년 대담 방송에 앞서 실시됐다.

/연합뉴스